포대 조성에만 1000억 이상 들고
환경영향평가 등 통상 4~5년 소요
‘내년 말 운용’ 美와의 합의 깨져
군사협력 등 한미동맹 균열 우려
국방부 “모든 요소 따져봐도 불가”
지난주까지도 제3부지론 일축
朴지시에 “성주서 요청하면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군 내 제3의 장소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지시했지만, 국방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난감한 표정이다. 한미 양국이 합의해 발표한 공군의 호크 미사일 부대가 아닌 다른 곳에 포대를 새로 조성할 경우 막대한 예산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미국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후 국방부는 박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방부는 이날 “성주지역에서 다른 부지의 가용성 검토를 요청하면 평가 기준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는 단 한 줄짜리 입장을 내놨다. 평소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장황하게 늘어놓던 것과 달리 추가 설명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불과 지난주까지도 “제3의 부지는 부적합하다”며 대구ㆍ경북(TK) 일각에서 제기된 제 3부지론을 일축해왔다. 문상균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제3의 장소에 대해 군사적 효용성과 작전 가용성, 비용, 공사기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현재 결정된 부지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최적지로 판단한 곳”이라면서 “정부 결정에 변함은 없다”고 못박는 호기를 부렸다.
군 당국이 성주 내 제3장소가 부적합하다고 보는 것은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막대한 예산 문제다. 새로 미사일 포대를 만들려면 산 정상을 깎고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최소 1,000억 원이 넘게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기존 성주포대는 공군이 운용하는 기지여서 추가 비용이 거의 없다. 군 관계자는 “1,000억 원을 퍼붓느니 성주군민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정부가 재원을 마련한다 해도 더 중요한 문제는 시간이다. 산 정상에 수만 평 규모의 미사일 포대를 새로 만드는데 통상 4~5년 가량 소요된다. 국방부는 기존 미사일 기지의 경우 수 개월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장관 재량으로 생략해왔지만, 성주의 경우 주민과의 약속 때문에라도 평가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한미 양국은 지난달 13일 사드 부지를 발표하면서 “늦어도 내년 말 이전에 사드를 배치해 운용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사드 배치를 서두르겠다는 의미다. 기지 조성에 몇 년이 걸릴 경우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과 한반도의 급박한 안보상황을 명분으로 내건 배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더군다나 내년 말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뀔 경우 사드 배치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포대를 새로 만든다면 결국 다음 정부로 사드 배치를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의 부지로 사드 포대를 옮길 경우 한미동맹의 균열도 우려된다. 미국과의 합의를 우리 정부가 무산시키는 격이기 때문이다. 양국은 지난 3월 공동실무단을 구성해 사드 배치 부지를 평가했고 경북 성주의 공군 포대라는 결론을 한미 국방장관에게 건의해 승인을 거쳐 발표했다. 한미 양국이 합의된 절차를 거쳐 발표한 내용을 우리 정부가 뒤집을 경우 미국과의 군사협력은 물론 한미관계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과격하게 비유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 부지가 최적지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는데, 혼선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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