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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국민 생명권 보호 의식 부족해 세월호 구조 실패… “책임범위 좁게 봐”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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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국민 생명권 보호 의식 부족해 세월호 구조 실패… “책임범위 좁게 봐” 지적도

입력
2018.07.20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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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법원 판례가 결정적

유족들이 법정 다툼 통해

국가에 책임 묻는 판결 이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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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 실패 위법으로 안 보고

해경 정장 책임만 언급해 반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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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사고 재발 방지 필요성”

가족당 배상금 6억원대 예상

세월호 유족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세월호 유족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정부와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총 700억원대 위자료를 지급토록 한 19일 법원 판결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4년여가 지나도록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총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유족들이 법정 다툼을 통해 국가에 책임을 묻는 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 판결은 2015년 11월 대법원 판례가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대법원은 세월호 침몰 당시 부실구조 책임으로 기소된 전 목포해경 123정장 김경일 경위(해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확정했다.

1심에선 탈출이 용이한 구역에 있던 사망자 56명에 대해서만 김 경위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지만, 2심은 123정이 현장이 도착하기 전 추락해 숨진 1명을 제외한 사망자·부상자 전원과 김씨 과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2심 판결이 맞다고 봤다.

유가족들은 당시 형량이 낮다고 반발했지만, 구조 과정의 위법을 인정한 이 판결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해 국가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경 현장 지휘관 책임은 곧 국가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삼았음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우리 민사에서도 대한민국, 해경123정 정장의 과실로 이 사고, 사건이 발생했다고 본다”며 “대한민국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 역시 선장과 선원, 임직원이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들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족 측을 대리하는 김도형 변호사는 “그 동안 일부 관련자만 처벌을 받았을 뿐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가가 한 번도 책임을 진 적이 없었다”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 보호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고, 그 결과 생명 구조에 실패했다는 것이 세월호 참사 본질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국가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봤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초기대응이나 구조 실패는 위법으로 보지 않고 공무원 한 명 책임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응이나 구조 활동 과정에 대해서도 직무상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지만 민사 재판인 만큼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국가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이번 소송의 핵심인 만큼 항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부분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소송을 낸 유족들은 가족당 6억원대 손해배상금을 받게 된다. 이는 4ㆍ16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가 지급하겠다던 배상금 4억2,000만원(단원고 학생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재판부는 “4년 이상 경과한 현재까지도 침몰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 배상과 관련한 분쟁이 계속되는 점, 세월호 사고가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크다는 점 등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희생자 유족들이 받은 국가 배상금과의 형평성, 국민 성금이 지급된 점 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최근 발생한 대형 인재성 재난사건의 사망 위자료가 3억원대였음을 감안하면 세월호 사건의 상징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어질 국가배상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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