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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패권 가도 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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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패권 가도 피바람

입력
2017.11.06 18:3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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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제1 왕위계승자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제1 왕위계승자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AP 연합뉴스

“토브(아랍 전통의상)의 게임(Game of Thobe).”

미국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의 24시간을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빗대 이렇게 표현했다. 레바논 총리의 전격 사임, 수도 리야드를 노린 탄도미사일 격추, 왕자 10여명과 전ㆍ현직 장관 수십명 체포 등 사우디는 격동의 하루를 보냈다. 안으로는 부패 척결을 내세워 권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반(反)이란 연대를 고리로 수니파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32) 왕세자의 야심이 중동 ‘게임의 법칙’을 뒤흔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이날 예멘 국경과 접한 사우디 남부 아시르주에서 헬기가 추락, 만수르 빈 무크린 왕자가 숨졌다고 밝혔다. 압둘 아지즈 빈 파하드 왕자가 전날 체포 과정에서 부상해 사망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명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신은 이들의 죽음이 모하메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대규모 숙청 작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살만 현 국왕 및 모하메드 왕세자 부자와 최고 권력을 놓고 경쟁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만수르는 살만 국왕이 2015년 즉위하면서 부패 혐의로 폐위시킨 무크린 왕세자의 아들이며, 압둘아지즈는 6월 모하메드에게 왕세자 자리를 넘겨준 모하메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반부패ㆍ개혁’을 앞세웠지만 모하메드의 행보가 실상은 1인 지배체제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계산된 수순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전날 체포된 국제 금융계의 거물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사실 모하메드와 개혁 노선을 공유해 온 아웃사이더였으나 숙청의 칼날을 비껴가지 못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소식통의 말을 빌려 “왈리드가 모하메드의 사우디 경제개혁 계획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아 제거됐다”고 전했다. 사우디 저명 언론인 자말 카쇼기는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모하메드도 2015년 5억달러어치 요트를 구입하는 등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선별적 정의’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개혁 진정성을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모하메드의 거침 없는 파워 게임은 사우디를 넘어 중동 역학구도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킬 조짐이다. 전날 시아파 영수 이란과 동맹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암살 위협을 이유로 사임한 사디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 사건은 이슬람 수니파-시아파의 종파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꺼냈다. CNN은 “하리리의 사퇴로 평화는 끝났다. 레바논은 이란과 사우디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하메드는 이미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해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후티 반군 토벌에 앞장서고, 이란과 가까운 카타르와의 단교를 주도했다. 전날 후티 반군이 리야드를 향해 마사일을 발사하자 지도자 압둘 말리크 바데르 알다인 알후티에 역대 최고액인 3,000만달러(335억원)의 현상금을 내거는 등 이란과 힘의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공공의 적 이슬람국가(IS)가 몰락하면서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의 대결이 격화하고 있다”며 “사우디는 자금력, 이란은 군사력을 각각 동원해 아랍 내 영향력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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