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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낄] 3代가 이어온 소도시 서점... 신참 사장의 ‘좌충우돌’

입력
2017.02.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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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중반 속초 동아서점은 각종 문구품, 우표, 수업인지 등도 팔았다. 일마 제공
1960년대 중반 속초 동아서점은 각종 문구품, 우표, 수업인지 등도 팔았다. 일마 제공

2014년 8월의 어느 날 아침, 침대에 걸터앉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그는 “서점을 하겠다”고 얼떨결에 대답해버렸다. 1956년 문을 열어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에게로 이어져 온 서점을 “어쩌다 보니” 맡게 된 거다. 서점계의 불황으로 동네서점들이 자취를 감춘 시점에 서점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일을 하던 그는 고향 속초로 9년 만에 돌아왔다. 인구 8만의 작은 도시 강원 속초시에는 “근래에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생겼다.”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3대째 동아서점을 운영하게 된 김영건(30)씨가 아버지 김일수씨와 함께 본격적으로 서점을 리모델링하며 만들어 온 과정을 풀어낸 에세이다. 술술 읽다 보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현대적인 동아서점을 만들기 위한 첫 작업은 기존에 있던 1만권의 책을 반품하고 1만5,000권을 새로 들여오는 것. 저자의 악몽목록에는 ‘수능 다시 보는 꿈’ ‘군대 다시 가는 꿈’과 함께 ‘반품 다시 하는 꿈’이 추가됐다. “서점을 그만두는 건 상상할 수 없다”는 그의 속마음은? “사뭇 비장한 태도로 비치겠지만 실은 이 모든 책을 다 반품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맡게 된 서점이지만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서점 사람이 된 저자가 다가온다. 책에 대한 애정은 물론 도시의 대형서점에선 보기 드문 손님에 대한 깊은 관심도 드러난다. 초창기 서가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미국 소설 ‘앵무새 죽이기’가 ‘취미-반려동물’ 서가에 꽂힌 걸 보고 “절망감에 기가 찼”던 그는 이제 기존의 서가분류에서 벗어난 실험을 해본다. ‘표지 색깔이 같은 책’ ‘제목이 이어지는 책’ 등 엉뚱한 방법으로 분류된 책장이다. 단골손님이 고를 거라 예상되는 책을 미리 ‘나홀로 예약’해 놓고 그 손님이 정말 골라갈까 고대하며 책장에 진열하기도 한다. “잘 팔릴 것 같은 책들만 진열했다면 묻혀버리고 말지도 모르는 아까운 책”들을 손님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그가 생각하는 서점의 역할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동아서점을 “찾는 책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 서점”이라 소개한다.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로 속초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했을 때 마련한 이벤트는 “당연하게도 기대했던 만큼의 손님은 없었고 이벤트는 처량하게 막을 내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서점이 성장하게끔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원동력은 서점을 찾는 이들로부터 나온다. 프롤로그는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가 썼고, 에필로그는 그런 아버지에게 올리는 아들의 글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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