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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책꽂이] 로봇ㆍ인공지능이 잠식할 미래 일자리… 국가의 대량 실업 대책은?

입력
2018.06.18 15:12
수정
2018.06.18 21: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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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모 금융결제원장의 ‘로봇의 부상’

마틴 포드 지음ㆍ이창희 옮김

세종서적 발행ㆍ480쪽ㆍ2만원

▦추천사

인공지능과 로봇의 부상에 따른 디스토피아 사회를 분석한 책들은 많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이 책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전해줄 뿐 아니라 경제사회에 미치는 거시적 영향까지도 폭넓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유려한 글 솜씨로 가독성이 높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이흥모 금융결제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흥모 금융결제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회사 창업자 출신인 저자는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미국의 일자리 증가율이 ‘제로(0)’라는 신문기사를 인용하며 책(원서는 2015년 출간)을 시작한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에서 10년 단위 일자리 증가율이 20%에 미치지 못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음을 상기하면 유례 없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마틴 포드는 고용시장의 ‘파괴적 동향’을 ▦임금 정체 ▦국민소득 중 근로자 몫 축소 ▦노동참여율 하락 ▦장기실업 급증 ▦불평등 심화 ▦대졸자 초봉 감소 ▦노동시장 양극화 등 7가지로 꼽으면서 변화의 핵심 요인은 바로 ‘정보기술 발전’이라고 지적한다.

저자가 ‘와해적 발전’이라 일컫는 정보기술 진보는 로봇으로 대표되는 자동화 기계의 보급 확대를 통해 생산직이나 단순서비스직 인력을 산업 현장에서 몰아낸다. 2010년 파산한 미국 최대 비디오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는 점포 한 곳당 7명의 직원을 고용했지만, 무인 비디오 대여 기기를 운영하는 ‘레드박스’에선 7명으로 이뤄진 한 팀이 189개 기기를 관리한다. 90년대 이후 몰락했던 미국 섬유산업이 20년 만에 부활한 것도 자동화 기술의 영향이다. 로봇 설치ㆍ유지 비용이 동남아 공장 근로자 인건비보다 저렴해진 것이다.

블루칼라 노동자의 ‘천적’이 (물리적 형태가 있는)로봇이라면, 화이트칼라를 위협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로봇, ‘인공지능’이다. 첨단 반도체를 장착해 막강한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 컴퓨터는 인간은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 방대한 분량의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며 사무직은 물론 전문직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진출한 의료 시장이나 법률, 금융, 소프트웨어 분야 등은 대량실직 가능성이 큰 위험지대다. 개발자들에게 소프트웨어 제작 하청을 준 뒤 이들의 성과를 습득해 자동화 능력을 증강하는 뉴욕의 한 스타트업(창업기업) 사례는 섬뜩한 미래를 예고한다.

이처럼 로봇이 모두의 일자리를 넘보면서 미국에선 앞으로 20년 안에 전체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마틴 포드가 우려하는 점은 근로소득을 주요 수입으로 삼는 계층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막론하고 대량 실업에 내몰릴 경우 시장 경제 자체가 침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득 최상위 5% 가구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2년 27%에서 2012년 38%로 증가한 반면 하위 80%는 47%에서 39%로 떨어졌다는 통계는 구매층의 광범위한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저자가 내놓는 대책은 국가적 차원의 ‘기본소득 보장제도’ 시행이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파국이 자명한 현실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행정 비용도 적게 발생하는 대책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방안은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논쟁이 예상되는 만큼 공공인프라 투자, 교육 및 직업훈련 촉진, 근로소득 세제 혜택 등 근로계층의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는 단기적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마틴 포드의 지적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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