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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수사 제대로 했나… 커지는 검찰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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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수사 제대로 했나… 커지는 검찰 책임론

입력
2017.04.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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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8개 혐의 적시했지만

최순실 연결고리 입증 못해

검찰 내부서도 “자초한 결과”

박영수 특검 “100% 발부될 것”

법원 자극한 자충수 해석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2일 새벽 귀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2일 새벽 귀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2차 구속영장마저 12일 기각되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국정농단 사건 수사도 마지막 퍼즐을 끼우지 못한 채로 6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치게 됐다. 하지만 국내 최대 재벌그룹 총수도, 전직 대통령도 피하지 못한 구속 수감의 위기를 하필이면 검찰 출신인 우 전 수석만 두 번이나 빠져 나오게 된 이유를 둘러싼 의문점은 오히려 증폭될 전망이다. 애당초 검찰의 칼이 무뎠던 것일까, 아니면 그가 뚫기 힘든 방패를 들고 대응했던 탓일까.

우 전 수석이 그 동안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거론돼 왔던 것은 대통령 측근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는 동시에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그의 자리 때문이었다. 청와대 참모들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비선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광범위한 국정개입은 물론, 범죄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민정수석실이 이를 전혀 몰랐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때문에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1차 과제가 국정농단 실상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다음 수순은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는지 대통령 측근관리 업무 등 청와대 시스템 문제를 밝히는 일이었다. 우 전 수석의 묵인, 비호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가 특검이나 검찰의 최종 과녁으로 수사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최씨의 존재도, 국정개입 사실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을 고수했고, 특검도 검찰도 이를 깨지 못했다. 특검과 검찰이 두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각각 11개, 8개 범죄혐의가 적시됐지만 엄밀히 따져 보면 ‘최씨와의 공모’가 확인된 부분은 단 하나도 없다. 우 전 수석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민정수석의 업무범위를 설명하면서 “대통령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입증되지 않은 이상, 정상적인 업무수행으로 봐야 한다는 우 전 수석 측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셈이다.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검찰이) 자기 식구를 위한 면죄부형 영장청구를 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우 전 수석이 지난해 7~10월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와 통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난 것과 관련, 그를 너무 옥죌 경우 자칫 검찰 내부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을 우려해 ‘의도된 부실수사’를 했다는 뜻이다. 임은정(43) 의정부지검 검사도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우 전 수석 수사가 제대로 안 된 것은 검찰 수뇌부 수사가 진행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검찰 스스로 자초한 결과로, 검찰이 국정농단을 도운 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저희로선 최선을 다했다”며 “검찰 수뇌부와의 통화 부분도 살펴 봤지만 범죄혐의로 볼 만한 대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우 전 수석 신문을 담당했던 검사는 종종 얼굴을 붉혀가면서 선배인 그를 집중 추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지탄받을 행위와 범죄혐의의 구성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죄는 입증 자체가 워낙 까다로워 이러한 혐의들만으로는 구속이 애초부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공언한 게 자충수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사법부의 고유 권한인 영장 발부 여부를 수사기관 측에서 미리 공개적으로 점친 게 법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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