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경고 이상이면 1년간 신사업ㆍ인수합병 제한… ‘새 수익원 찾기’도 중단 불가피
수수료 인하로 업계 위기인데… “잘못은 인정하지만 무조건 금지는 심해” 반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전반적 경영환경 악화로 고심 중인 카드사들이 반복되는 금융당국의 제재 후폭풍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잘못의 종류와 무관하게 ‘기관경고’ 이상 제재를 받으면 1년간 모든 신규사업 진출을 금지하는 현행 규정은 ‘새 수익원 발굴’이란 당국의 독려와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보다 합리적인 규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ㆍ신한ㆍ현대카드는 최근 금융당국의 기관경고 조치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재심의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내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9일 이들 3사가 신용카드 모집인에게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하고 기관경고 조치를 통보한 바 있다.
카드사들이 당국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선 건 기관경고 조치가 그만큼 강력한 후폭풍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기관경고 제재를 받은 카드사는 향후 1년 간 대주주 적격성이 제한(대주주 변경승인 제한)되고 신규사업(지주ㆍ보험ㆍ저축은행ㆍ신용카드ㆍ신용정보업 등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 진출도 금지된다.
실제 이번 조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삼성카드다. 삼성카드는 자회사인 삼성카드고객서비스에 3개월 미만 단기채권 회수업무를 이관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그런데 기관경고 여파로 향후 1년내 금융당국의 인ㆍ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던 신한카드도 움찔하고 있다. 기관경고가 해외진출 자체까지 가로막는 것은 아니지만, 진출 국가의 감독당국이 국내 징계 전력을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역시 현재 2대 주주인 GE캐피탈의 지분(43%) 매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가뜩이나 향후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한 한국 시장에 ‘과도한 제재’라는 인식이 덧씌워져 재무적 투자자조차 찾기 힘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카드사들의 미흡한 고객정보 보호 인식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정보유출로 영업정지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또 다시 고객정보 취급을 소홀히 한 점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3사는 이번 기관경고가 ‘죄질’에 비해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아우성이다. 신용카드 모집인들의 수당 지급 방식의 투명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이지, 고객 정보를 빼돌려 마케팅에 이용하려고 하는 등 악의적 의도가 깔린 죄질 나쁜 위법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매년 반복되는 사고와 이에 대한 ‘전방위’ 제재 탓에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실제 신한카드는 작년 3월 받은 기관경고로 3년간 신규사업 금지상태였다가 지난 9월 규제완화(3년 →1년)로 금지상태가 풀렸지만, 이번 제재로 또다시 1년간 신규사업이 묶이게 됐다. 금지가 풀린 기간이 고작 2개월 가량에 불과했다.
죄질이 더 나쁜 영업정지의 경우, 신규사업 금지기간은 여전히 3년이어서 지난해 영업정지를 받은 KB국민, 롯데, 농협 등 3개 카드사는 2017년2월까지 신규사업을 할 수 없다. 이번에 신한, 삼성, 현대카드까지 1년간 제재에 포함되면서 업계 거의 모든 카드사의 발이 묶여버린 셈이 됐다.
업계 안팎에선 잘못을 징계하는 건 당연하다 해도, 지나치게 손발을 묶는 식의 제재는 재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관경고를 하더라도 모든 신사업 진출을 금지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작년 영업정지 사태를 불러온 개인정보 대량유출 건과 달리 이번 건은 고객 피해도 없었는데 신규사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위기“라며 “다른 먹거리를 찾으려 해도 기관경고를 받으면 당장 신사업 검토 범위와 폭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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