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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가보지 않은 길로... ‘세기의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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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가보지 않은 길로... ‘세기의 담판’

입력
2018.03.09 17: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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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ㆍ북미수교ㆍ체제 보장 ‘빅딜’ 시도할 듯

한반도 넘어 동북아 안보ㆍ경제 지형 재편 예고

일러스트레이션 배계규 화백
일러스트레이션 배계규 화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요청을 수락하면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됐다. 시기와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5월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통한 직접 담판으로 핵 문제 해결을 모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일대 전환기에 들어서게 됐다.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은 처음으로 북핵 문제를 비롯해 북미 수교, 체제 보장, 제재 해제 등을 두고 일괄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동북아 일대의 외교ㆍ안보ㆍ경제 지형이 급속하게 재편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 받은 뒤 “항구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 실장이 밝혔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백악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열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만남이 계획되고 있다”며 정상회담 수락을 확인했다. 그는 “김정은은 한국 대표단과 단지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얘기했다. 또 이 기간 미사일 실험은 없다”며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는 제재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 동안 “완전 파괴” 발언 등으로 군사적 위협을 주고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것은 북핵 협상의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파격적 결단이다. 두 정상이 직접 담판에 나선 것은 과거 실패를 거듭했던 복잡 다단한 점진적 협상 방식 대신 최고 지도자간 결단만이 20여년간 누적된 상호 불신을 끊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서 명성을 얻었다. 김정은은 그의 권위주의 체제 아래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며 “과거 되풀이 되어온 오랜 힘겨루기 대신에 실질적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과 만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과 젊은 지도자상을 구축하려는 김 위원장의 개인적 성향이 맞물린 측면도 상당하다.

그간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난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다. 클린턴 정부 말기인 2000년 당시 국무장관이던 그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문제 해결에 대한 대가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원했지만, 클린턴 대통령이 회담을 거절했다. 이후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강경파인 네오콘의 등장으로 북미 관계는 악화해 결국 제네바 합의가 파기됐고, 북핵 역사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김 위원장이 한국의 특사단과 면담에서 ‘유훈’을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사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북미 정상이 18년 전에 좌초됐던 정상회담에 합의하면서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북핵 위기는 25년만에 최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두 정상은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인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 및 북미 관계 정상화 등 북핵 문제의 핵심 사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문제가 원칙적 차원에서 합의된다면 1972년 데탕트 시대를 열며 중국 개혁 개방의 발판이 됐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같은 실질적인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사전 탐색 접촉을 갖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정상회담에 응해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의용 실장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향후 어떤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으나, 구두 메시지로만 전달했을 뿐 친서는 없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의 거듭된 합의 불이행 등으로 불신이 여전한 워싱턴 외교가에선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역사적인 만남이 될 수 있으나 아직은 축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앤드류 여 카톨릭대 교수는 “외교적 관여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비핵화의 도정은 오랜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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