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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매화 보고 살아… 내 이름 딴 길 생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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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매화 보고 살아… 내 이름 딴 길 생긴다니”

입력
2017.05.1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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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매화=광양’ 브랜드 키운

매실명인 홍쌍리씨 공로 인정

광양에 ‘홍쌍리 명예도로’ 지정

/대한민국 식품명인 14호 홍쌍리(74)씨. 청매실농원 제공
/대한민국 식품명인 14호 홍쌍리(74)씨. 청매실농원 제공

“아직 할 일이 많고 부족해 내세울 것도 없는데… 많은 국민들이 ‘홍쌍리길’을 찾아 매화처럼 향기 가득한 행복을 담아 갔으면 더할 나위 없지요.”

매실명인 홍쌍리(74) 청매실농원 대표는 최근 전남 광양시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광양~구례 간 861번 지방도에서 청매실농원으로 이어지는 광양시 다압면 지막1길 1,338m 구간을 ‘홍쌍리 명예도로’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표지석에는 홍 대표가 매실 생산과 연구를 위해 51년간 외길을 걸어 온 인생 역정과 철학을 담은 글귀도 새겨진다고 한다.

홍 대표의 이런 영예는 허투루 얻어진 것은 아니다. 밭을 일구고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공·유통·체험·관광까지 연계하는 등 끊임없는 매실 연구에 매진한 덕이다. 부가가치를 높여 지금의 ‘봄=매화=광양’ 브랜드를 탄생시켰고 매화와 매실을 관광자원화해 매화축제를 매년 120여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 대표축제로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본래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은 부산에서 보냈다. 그가 생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낯선 광양 섬진마을에 터를 잡은 것은 1965년 남편을 만나서부터다. 그는 산비탈 골짜기 농가로 시집와 반세기 인생을 매실에 바쳤다. 손이 호미가 되도록 일궈 돌산을 매화정원으로 가꿨다. 홍 대표는 “누구나 한번쯤 다녀오는 외국여행도 여태껏 가지 못했다”며 “오직 한 평생을 자식 같은 매실만 바라보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7시면 밭일을 나간다. 50년이 넘도록 거르지 않는 그의 하루 일과다. 이런 부지런함으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청매실농원을 일궈 냈다. 17만㎡ 밭에 10만그루가 넘는 매화나무와 매실을 담아놓은 3,000여개에 달하는 장독대는 홍 대표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다. 농원에서는 현재 연간 300톤의 유기농 매실을 생산해 전통 숙성방식으로 30여종의 매실 식품을 개발, 연간 3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홍쌍리’라는 이름 석 자를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홍 대표는 1997년 12월 대한민국 식품명인 14호로 지정됐으며 1999년 2월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대통령상 수상, 석탑산업훈장, 올해의 관광인에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농업인이 됐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제조법 특허 9종을 받고 청매실농원은 전통식품 지정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생면부지 광양에 시집와서 시댁 식구 외에는 대화조차 나눌 수 없던 외로운 산속에서 사람이 그리워 일군 매화가 지금은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며 “모든 이가 섬진강 매화꽃을 보면서 마음의 찌꺼기는 버리고 향기만 담아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양=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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