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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조 "깊은 잠에서 깨어나…어른의 노래 들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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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조 "깊은 잠에서 깨어나…어른의 노래 들려줄 것"

입력
2017.11.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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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을 화가로 살다가 지난해 가수로 돌아온 정미조는 “음악은 소리, 그림은 물감이라는 표현 수단만 다를 뿐, 예술을 표현하는 감성은 똑같다”고 말했다. JNH뮤직 제공
37년을 화가로 살다가 지난해 가수로 돌아온 정미조는 “음악은 소리, 그림은 물감이라는 표현 수단만 다를 뿐, 예술을 표현하는 감성은 똑같다”고 말했다. JNH뮤직 제공

“노래하는 제 모습을 잊은 채 37년을 보냈어요.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서 새 출발하는 기분이에요.”

지난 세월 속을 되짚어보는 목소리는 우아하고 깊었다. 가수 정미조(68)는 가수가 아닌 화가 겸 교수로 지낸 지난 37년을 “물건을 창고 안에 넣어두고 잊어버린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창고 안 먼지 잔뜩 쌓인 물건처럼, 그 동안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을 잊고 화가로서의 삶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먼지를 털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16일 서울 망원동 음악카페 ‘벨로주’에서 새 앨범 ‘젊은 날의 영혼’ 발매 기념회를 열었다. 지난해 가요계 복귀 뒤 두 번째 앨범으로 17일 정오 공개됐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정미조는 1972년 데뷔해 ‘개여울’, ‘그리운 생각’, ‘불꽃’, ‘휘파람을 부세요’, ‘사랑의 계절’ 등을 히트시켰다. 기품 있는 목소리, 서구적인 이미지 덕에 가수 패티김을 잇는 ‘디바’로 꼽혔다. 그러나 1979년 돌연 은퇴한 뒤 프랑스 파리로 미술 유학을 떠났다. 1993년 파리7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의 길을 걷다가 지난해 2월 ‘37년’이라는 앨범으로 돌아왔다.

‘젊은 날의 영혼’은 ‘37년’ 이후 1년 8개월 만에 내놓는 앨범이다. 라틴, 팝 재즈, 모던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14곡이 앨범을 꽉 채웠다. “주옥 같은 곡들인데 조금씩 나눠 미니앨범으로 발표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있었지만 “14곡에 그간 살아온 이야기가 조금씩 녹아있어서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으니 한 앨범에 담아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에 묵직한 앨범 하나로 완성됐다.

가수 정미조는 새 앨범 ‘젊은 날의 영혼’에 오래된 기쁨과 슬픔에 관한 14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JNH뮤직 제공
가수 정미조는 새 앨범 ‘젊은 날의 영혼’에 오래된 기쁨과 슬픔에 관한 14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JNH뮤직 제공

앨범 곳곳에 음악적 욕심이 엿보인다. ‘난 가야지’ ‘비 오는 오후’ ‘오해였어’ 등을 통해 처음으로 작곡에 도전했다. ‘바람의 이야기’에서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위키드’ 출신의 오연준(12)을 끌어들여 머나먼 곳에 대한 동경을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처럼 풀어냈다. 오연준이 사는 제주까지 찾아가 녹음했다.

이날 그는 바람이 부는 날 떨어지는 동백과 사랑의 상실을 노래하는 더블타이틀곡 ‘동백’을 직접 불렀다. 담담한 목소리에서 쓸쓸한 감정이 오히려 더 깊게 전해졌다. 정미조는 “데뷔할 때는 그냥 노래가 좋아서 불렀다면, 교수 생활을 정리한 지금은 (음악을 대할 때) 느껴지는 게 다르다”며 “한 구절 한 구절이 다 내 얘기라 깊게 와 닿는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수록곡 ‘젊은 날의 영혼’을 녹음할 때는 왈칵 눈물이 쏟아져 노래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파리는 비도 잘 오고 가끔 날씨가 음산해요. 유학생활 7년째가 되던 해 창 밖으로 회색빛 거리를 내다보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하더라고요. ‘젊은 날의 영혼’은 그 시절 제 모습이 떠오르는 곡이에요.” 음반을 제작한 JNH뮤직 이주엽 대표는 “인생을 오래 살아오신 분들의 이야기, 그 분들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월을 담아낸 앨범이라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에 거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미조는 “가요계에 돌아온 지 2년이 채 안 돼 시간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발매되자마자 이슈가 되는 아이돌 음악과 달리, “입소문을 타고 잔잔하게 전파되는” 원로가수들의 음악 유통 속성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미조는 “음반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케이팝처럼 큰 관심을 받기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우리 노래에 관심을 가져주는 몇몇 젊은이들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에요. 더 많은 젊은이들이 제 노래를 듣고 ‘나이 지긋한 가수가 부른 곡인데 참 좋다’, ‘가슴에 와 닿는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다 좋은 곡들인데, 앨범이 히트했으면 좋겠네요. 하하.”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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