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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10년, 내일을 묻다] 이전 기관들, 지역 인재 채용에 인색

입력
2017.09.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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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출신 취업은 ‘바늘구멍’

지자체 세수 기여 1%도 안 돼

지난 5월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부산광역권 일자리박람회’가 열려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지난 5월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부산광역권 일자리박람회’가 열려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지방대 출신으로서 지방이전 공공기관 취업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었어요. 정부가 지역 출신을 뽑도록 권고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크게 기대할 수 없었죠. 저는 바늘 구멍을 포기하고 사기업에 취업했습니다.”(부산의 국립대 졸업생)

“지역인재를 35% 이상 선발하라는 것은 전국단위 기관의 특성을 무시한 요구입니다. 거기다 최근 학력과 연령 등을 없애고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요. 고용 확대는 몰라도 채용 의무화는 무리한 발상입니다.”(이전 공기업 인사담당)

일자리창출을 화두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를 주문하며 지방이전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정작 이전 기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학생들도 정부 주장을 대답 없는 메아리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전 기관들은 ‘지역인재’의 애매한 기준과 전국단위 기관의 인사관리 문제점과 기업이 원하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일률적인 지방대 출신 채용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인재 의무채용’ 법제화가 지역 편중현상과 헌법의 평등권 위배 등 위헌적 요소의 현실적 한계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역시 지방대 출신 채용을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기관마다 채용실적이 들쭉날쭉한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지방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비율’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자 2만6,202명 중 지역인재는 3,196명으로 평균 12%에 불과했다.

부산이 26.1%로 가장 높고, 이어 대구 16.1%, 충남 14.4% 순이었으며 울산은 7.1%로 가장 낮았다. 최근 3년간 신규 채용자 중 지역인재를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공공기관도 있었다.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가 지난 5월 발표한‘이전 공공기관 채용형태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로 이전한 공공기관 8곳이 채용한 인턴직원 1,191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59명(4.95%)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채용된 계약직 직원 1,099명 가운데 정규직이 된 인원은 14명(1.27%)에 그쳤다.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지역인재 채용 15% 목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인재 풀이 적고 전국순환근무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지역인재 채용의 딜레마를 호소했다. 한전은 지난해 신규채용 1,423명 중 지역 출신을 126명(8.8%) 뽑았다.

인근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국토정보공사측도 “국토정보직의 경우 산업기사나 지적기능사 등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는 기술직이 신규채용의 80% 이상을 차지해 지역인재 응시인원 자체가 많지 않아 뽑고 싶어도 못 뽑는 실정”이라며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지역인재 할당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주희 충북도 혁신도시지원팀장은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공공기관, 대학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 원주혁신도시로 옮긴 도로교통공단 역시 “지역에 전문직종 인력이 부족하다”며 지역인재 할당제의 한계를 토로했다.

이 같은 인력 ‘미스매치’ 현상 타개를 위해 지역의 광역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 지역 한 대학관계자는 “행정구역은 달라도 사실상 하나의 공동체인 대구ㆍ경북의 경우 각각 해당지역 혁신도시가 아니면 지역인재 기준에서 배제된다”며 “‘마땅한 인재를 찾을 수 없다’는 이전 공공기관들의 항변에 대응하고 실질적인 지역인대 채용 확대를 위해서는 영남권, 충청권 등 광역권역으로 묶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시킬 이전 공공기관의 지방세 납부액이 지역별 큰 편차를 보여 되레 ‘불균형발전’의 빌미가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도읍 의원실의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방세 납부현황’에 따르면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이전 시점부터 지난해까지 납부한 지방세는 총 3,991억원으로, 2013년 29억원, 2014년 259억원, 2015년 1,556억원, 지난해 2,014억원으로 매년 증가, 지난해엔 이전 초기 2013년에 비해 69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기관이 낸 지방세 납부총액은 경북이 1,816억원, 충남 643억원, 부산 449억원 순인 반면 제주는 9억원에 그쳐 경북의 0.4%에 불과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경제학자인 부산대 최병호 교육부총장은 “이전 공공기관의 지방세는 법인 규모와 종사자수에 따라 필연적인 차이를 낳는다”며 “세수확보와 지역인재 채용만이 아닌 지역발전의 선제적 요건인 인구증가 측면에서 정주여건 개선 등을 통해 시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조성하는 정책적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주=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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