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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술 불평등의 그늘

입력
2017.11.19 17: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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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진보는 왜 고용 창출에 인색할까. 인류의 기대와 달리 기술 진보와 고용 창출의 상관관계는 아주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 디지털 경제는 사무실 하나와 직원 몇 명만 있어도 수백만 명의 고객을 모을 수 있다. 그 덕분에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이윤을 내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고용과 임금에 의미 있는 성장을 창출하지 못하는 게 맹점이다. 오히려 기존 일자리 파괴 속도가 창출 속도보다 빠른 것이 문제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을 선점한 디지털 창업자들은 거부가 되면서 사회적 불평등만 커졌다.

▦ 원인은 기술 불평등이다. 데이비드 색스의 저서 ‘아날로그의 반격(The revenge of analog)’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는 두 가지 유형의 일자리 창출에 능하다.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나 CEO와 같은 꼭대기에 있는 몹시 특화된 직업과 폭스콘 휴대전화 조립기술자와 아마존의 창고지기처럼 바닥에 있는 보수도 낮고 기술 숙련도도 낮은 일자리다. 1992년부터 2010년 사이 서방 세계에서 고숙련과 저숙련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중간 숙련도의 노동자 고용 비율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억대 연봉과 최저임금으로 양극화한 것이다.

▦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로 엄청난 매출을 일으킨 광군제에서도 최첨단 기술들이 사용됐다. 물류창고에서는 200여대의 무인 운반 로봇이 하루 100만개가 넘는 상품을 처리했다. 알리바바의 인터넷 데이터 센터를 돌며 기기를 점검한 것도 첨단 로봇으로 인력의 30%를 대체한 것이다. 드론이 동원되어 섬으로 주문 상품을 배달했다. 인공지능(AI)은 5억명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추천하거나, 손님들의 연령대와 재킷의 색깔을 맞춰 옷을 골라줬다. 이 같은 최첨단 기술이 없었다면 사람이 차지할 자리였다.

▦ 서울시가 최근 카풀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했다. 출퇴근 시간만 운영하도록 되어 있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어기고 24시간 운영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명분은 택시 산업 보호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버 운행이나 심야 차량 공유서비스인 콜버스도 불법이다.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싹을 자른다는 지적도 있지만, 택시운전자들에겐 생계 문제다. 영국 법원은 우버 기사들을 자영업자가 아닌 종업원으로 간주, 최저임금 등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디지털 경제가 혼란스럽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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