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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미국과 인도의 새로운 조화

입력
2015.08.1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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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인도 ‘공화국의 날’ 기념식에 초청한 건 민주주의 국가 진영에서 가장 큰 두 나라 관계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정부는 줄곧 양국의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했으나 엇갈린 결과를 낳았다. 이 기간 동안 두 나라 사이의 연간 교역은 2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반면 연간 미국-중국 무역량은 현재 그보다 6배 이상이 많다. 미국과 인도의 정치적 관계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다.

두 나라는 오랫동안 서로를 혼란스럽게 해왔다. 강대국과의 동맹은 말 그대로 불공평한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인도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전통과 오랫동안 부딪혀왔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를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인도의 성공은 미국의 국익에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성공의 여러 요소가 양국 관계에 더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도의 경제 성장에 붙고 있는 가속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까지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7.5%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수십 년간 이른바 ‘인도의 경제성장률’이라고 불렸던 연평균 1%가 조금 넘는 수준의 성장률에 그쳐왔다. 이 비율은 차라리 1930년대 영국의 사회주의자 증가율로 부르는 게 적당할 것이다. 1947년 독립 이후 인도는 중공업에 초점을 둔 내부 지향적 경제계획 체제를 받아들였다.

1990년대 초 시장 중심의 개혁은 그러한 패턴을 바꿔놓았다. 연간 성장률은 5%로 급락하기 전까지 인도국민회의 통치 아래 7%까지 치솟았다. 2014년 총선에서 모디의 인도국민당이 권력을 잡은 이후 정부는 둔화된 경제 성장을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도 경제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인도에선 수억명의 중산층이 부상하고 있다. 영어를 공식 언어로 쓰는 인구는 5,000만명에서 1억명 사이다. 그런 토대 위에서 인도의 지식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더욱이 인도의 인구는 미국보다 4배나 많은 12억명이다. 2025년쯤엔 중국을 추월할 전망이다. 이 숫자는 세계 경제에서 더욱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는 데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또 기후변화, 공중보건 그리고 인터넷 보안 같은 지구적 이슈를 다룰 때에도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인도는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나라이기도 하다. 90~100개의 핵무기와 중거리 미사일, 120만명의 군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의 3%에 해당하는 500억달러의 군사비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프트파워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일궈냈다. 또 전세계에 퍼져 있는 인도인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통 문화의 영향을 받은 활기 찬 대중문화가 있다. 발리우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영화를 만들고 있고, 아시아와 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할리우드 이상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구 자체는 국력의 원천이지만 그건 인적 자원이 개발됐을 때의 얘기다. 인도는 교육과 경제 성장에서 중국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도 인구의 3분의 1은 극도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세계 빈곤층의 3분의 1이 인도에서 살고 있다. 2조달러인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10조달러인 중국의 5분의 1, 17.5조달러인 미국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인도의 연간 1인당 소득 1,760달러는 중국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건 95%의 중국인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인도는 그 비율이 7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특히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여성은 65%밖에 안 된다. 그 결과 세계 100대 대학 중에 인도 대학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인도 대학들은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의 첨단기술 수출은 전체 수출의 5%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30%에 이른다.

21세기 중반까지 인도가 미국을 위협하는 나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소프트파워에 있어서도 그렇다. 영국 컨설팅회사 포틀랜드가 내놓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도는 상위 30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중국이 30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영국과 독일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이미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만큼 상당한 자산을 갖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을 놓고 분쟁을 하다 1962년 전쟁까지 치른 후 1993년, 1996년 평화협정을 체결했는데 최근 중국의 여러 움직임 때문에 이 문제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브릭스(BRICS) 회원국이다. 하지만 브릭스 내에서 협력은 잘 되지 않는다. 인도 공무원들은 중국과 교역, 투자가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이고, 두 나라의 안보 문제는 여전히 첨예한 갈등 상태이다. 중국을 견제할 아시아 국가 중 하나인 인도는 이미 일본과 외교적 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한다는 점에서만 미국과 인도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건 옳지 않다. 인도의 경제 성공은 그 자체로 미국에 이익이 된다. 러시아와 중국이 인터넷을 더욱 독재적으로 통제하려 하는 데 비해 인도와 브라질은 열린 태도인 것을 봐도 그렇다. 그 동안 인도 여론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생각하면 인도와 미국이 금세 동맹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도와 미국만의 독특하면서도 더욱 강력한 관계가 조만간 생길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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