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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싸게” 불법 판치는 독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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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싸게” 불법 판치는 독감 예방접종

입력
2017.11.02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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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직원가로 사서 집으로

전직 간호사도 “가족ㆍ지인에…”

‘공장식 접종’ 싼 병원 찾아 발품

의약품 도매상은 고역의 시기

“약 좀 구해달라” 부탁 줄이어

전문가 “쇼크 등 부작용 우려”

경기 파주시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모(37)씨는 매년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철이 되면 ‘연례행사’로 하는 일이 있다. 병원에서 1만5,000원 ‘직원가(價)’로 백신을 구입해 가족들에게 직접 놔주는 것. 의료법상 금지된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업계 관행’ 정도로 은근슬쩍 넘어간다. 그는 “가족 이름으로 외래 접수를 해 진료를 한 것처럼 꾸미고 약은 따로 가지고 나와 접종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독감 예방접종 시기를 맞아 1인당 4만원 정도하는 접종 비용을 줄여보려는 노력이 극에 달하고 있다. 안면이 있는 간호사에게 부탁해 ‘싼 값’에 구해 맞거나, 보다 저렴한 병원을 찾아가는 ‘원정 접종’도 불사하는 등 “가능하면 싸게!”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흔한 건 약을 구해 ‘직접’ 주사를 놓는 방법이다. 회사원 김모(56)씨는 “간호사 출신 지인을 통해 예방 범위가 넓은 4가 백신(4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한 번에 예방하는 백신) 5개를 구입해 가족, 회사 동료와 함께 나눠 맞았다”고 털어놨다. “아는 의약품 도매상에게 ‘구매 대행’을 맡긴 덕에 1인당 4만원 접종비용이 1만8,000원까지 줄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비의료인 의료 행위는 명백한 불법(의료법 27조 1항)이지만 김씨는 “회사원은 병원 영업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의료 및 의약품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예방접종 시기가 ‘고역’이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올 정도다. ‘약을 싸게 구해달라’ ‘우리 집에 와서 주사를 놔 달라’는 지인들 부탁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이런 부탁을 들어주다 적발돼 곤욕을 치르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9월 서울시 특법사법경찰단(특사경)이 5년간 간호사들 개인적 부탁으로 의사 처방 없이 독감예방주사 등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의약품 도매상 영업사원 손모(40)씨를 입건하기도 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도 물론 가능하다. 다만 ‘발품’이 필요하다. 백신가격(1만원대 초반)에 자유롭게 조정 가능한 시행비(인건비, 백신관리비용 등)를 더해 접종비용을 책정하게 되는데, 인건비 등이 싸 전체 비용이 저렴한 병원을 찾아가면 된다. 직장인 김모(40)씨는 “지난주 남편과 초등학생 아이 둘을 데리고 차로 30분 떨어진 곳에서 접종을 했다”며 “2~3시간 줄을 서야 했지만 절반 정도 가격에 맞을 수 있어 4년째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독감 공구(공동 접종)’를 모집하는 글이나 ‘OO병원이 싸다’는 후기와 원정접종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자가 접종을 하거나 싼 가격으로 ‘공장식 접종’을 하는 병원의 경우 올바른 접종 단계(환자상태 점검, 접종 후 이상반응 확인 등)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종종 알레르기로 인한 쇼크 등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어 불법 접종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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