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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항공기 전자기기 휴대금지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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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항공기 전자기기 휴대금지 ‘음모론’

입력
2017.03.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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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 배터리 폭발물 완성”

美·英정부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미국 항공사는 제외 형평성 논란

“테러범들 전 세계 세포조직 갖춰

중동에만 적용은 이해 불가” 비판

지난해 6월 테러가 발생해 40여명이 사망한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6월 테러가 발생해 40여명이 사망한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과 영국이 중동지역 주요 공항을 출발하는 항공기 승객들에게 전자기기 기내 휴대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테러 위협에 대한 대처가 명분이지만 이 조치가 항공기 보안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중동국가에 대한 막연한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전날 미국 국토안보부가 요르단 암만, 이집트 카이로, 카타르 도하 등 8개 이슬람 국가의 10개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중동 국적 주요 항공사 항공기 탑승객들에게 휴대폰을 제외한 전자기기의 기내 휴대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도 이날 터키와 레바논, 요르단 등 중동 6개국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항공기 탑승자에게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큰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을 금지했다.

미국과 영국정부는 특정 테러리스트 조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항공기 테러 가능성에 대한 첩보 때문에 이번 대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CNN은 “미 정보당국이 알카에다가 전자기기 배터리와 관련기기에 폭발물을 숨기는 기술을 완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대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항공기 보안과는 별 관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미국 보안기술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더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항공기 테러)기술이 크게 발달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기술 진보가 포착됐다 하더라도 그걸 소수 중동지역 항공사에만 적용하는 방식은 이해 불가”라고 말했다. UC버클리 법학대학원 폴 슈워츠 교수는 “테러범들은 전 세계에 자신들의 세포조직을 갖고 있다”며 “이들의 테러 위협은 국가 간 경계가 없다”고 특정 지역에 한정한 이번 조치의 맹점을 지적했다. 무스타파 아키욜 웰슬리 컬리지 선임 방문연구원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기반한 ‘이슬람 공포증’과 관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미국 항공사들과 경쟁관계인 중동지역 항공사들에 타격을 주기 위해 취한 대책이라는 ‘음모론’도 나온다. WP에 따르면 이번 조치가 적용되는 항공사는 9개 중동 국적 항공사다. 이 중 에미레이트 항공, 에티아르 항공, 카타르 항공 등 3개 항공사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경쟁 항공사인 미국 항공사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특정 항공사들에 대한 기내 전자기기 휴대금지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서 미국 항공사는 제외된다.

특히 태블릿PC나 노트북을 이용해 비행 중 업무를 보는 승객들은 주로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을 탄다는 점에서 이 조치가 이들 항공사 수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규제가 되는 공항이 두바이(UAE), 리야드(사우디), 이스탄불(터키) 등 중동지역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향하는 허브 공항이라는 점도 주의 깊게 볼 지점이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허브 공항들의 영향력은 커지는데 미국이 국제정치적 힘을 지렛대로 허브공항과 미국 주요공항들의 관계를 단절시켜 피해를 입히는 ‘상호의존성 무기화(weaponized interdependence) 전략’을 활용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WP는 분석했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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