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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장님의 기막힌 땅테크, 비법은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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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장님의 기막힌 땅테크, 비법은 ‘쪼개기’

입력
2017.11.02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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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보통리 ‘벚꽃마을’ 에서 음식점 등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경기 화성시 보통리 ‘벚꽃마을’ 에서 음식점 등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경기도 화성시 1만여㎡ 개발하며

땅 쪼개 명의 분산 인허가 쉽게받고

이동식 건축물로 ‘돌려막기’ 신고

꼼수에도 화성시 “규정 저촉 없어”

연매출액 4,000억원대의 중견기업 창업주가 법인이나 부인 등 특수관계인들을 내세워 무려 1만1,000㎡(15개 필지)가 넘는 시골마을 땅을 사들인 뒤 대규모 개발에 나서 논란이다. 이동식주택을 건축물로 ‘돌려 막기’ 신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수법도 교묘해 보였다. 생산녹지에선 주택 등의 개발면적이 5,000㎡ 이상인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26일 경기 화성시 정남면 보통저수지 인근 ‘벚꽃마을’. 마을 한복판에서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궁궐 모양의 건물을 짓는 인부들의 손놀림이 바빴다. 연면적 1,517㎡에 달한다는 이 건물은 코스닥 상장기업 A사가 지난해 8월 ‘일반음식점’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짓는 것이라 했다. 충남에 있는 A사의 주식은 지난 대선에서 회장 B씨와 유력 대권 후보들과의 친분설 등으로 ‘테마주’로 꼽히기도 했다.

중견기업 회장 등이 주택 등으로 허가를 받은 곳에 컨테이너 주택이 줄줄이 설치돼 있다.
중견기업 회장 등이 주택 등으로 허가를 받은 곳에 컨테이너 주택이 줄줄이 설치돼 있다.

A사가 공사 중인 건물 앞으로는 회색, 갈색을 띤 컨테이너와 이동식주택 7, 8개가 눈에 띄었다. 필지를 정리해 놓은 듯 381㎡에서 999㎡까지 9개로 나뉜 터에 자리 잡은 컨테이너 등은 인허가 서류상 사무실과 주택 등의 용도로 설치된 것이라는 게 화성시의 설명이다. 임야나 논밭이었던 곳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 땅의 용도를 ‘대지’로 바꾼 뒤 가져다 놨다는 얘기다. 소유주들은 놀랍게도 B회장 개인이나 부인, 아들, A사 법인 등이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했던 공사장 뒤편 산지 역시 일부가 싹둑 잘려져 나가 흙먼지를 날리고 있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는 500~1,492㎡ 규모로 5개 필지가 나뉘어 있지만, 소유주는 모두 B회장 개인이었다. B회장은 단독주택이나 사무소, 소매점 등으로 쓴다며 지난해 8월부터 시에서 차례로 허가를 받아 논밭을 갈아엎고 임야를 깎았다고 했다. 그러나 건물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 주민은 “한 필지에 이동형 주택이 있었는데 B회장이 음식점으로 허가받은 건물 앞으로 옮겨 재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했던 경기 화성시 보통리 ‘벚꽃마을’ 뒤편 임야가 잘려나가 주택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했던 경기 화성시 보통리 ‘벚꽃마을’ 뒤편 임야가 잘려나가 주택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중견기업 창업주가 법인과 가족 등의 명의로 사들인 경기 화성시 보통리 ‘벚꽃마을’ 토지현황(붉은 점선)
중견기업 창업주가 법인과 가족 등의 명의로 사들인 경기 화성시 보통리 ‘벚꽃마을’ 토지현황(붉은 점선)

화성시는 A사나 회장 B씨 등의 불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최근 현장을 둘러본 결과 필지마다 명의나 인허가 시점 등이 달라 규정에 저촉은 없었다”고 했다.

B씨는 “서비스업 진출을 위해 회사에 근무할 당시인 4, 5년 전부터 추진한 일”이라며 “법인과 개인 별개의 명의로 토지를 매입, 세금 등을 모두 내는 등 법에 어긋나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반발하던 주민들은 지난달 24일 시에 냈던 민원을 돌연 자진 철회했다. 논란이 일자 B씨는 조경 등을 일부 복구하고 도시가스 진입비용 부담 등을 약속, 주민들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땅 ‘쪼개기식’ 개발로 처벌받은 사례도 적지 않아 적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지난 7월 계획관리지역인 임야를 ‘쪼개기’ 수법으로 모텔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전직 시의원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제주에서도 7월 쪼개기 수법으로 주택사업을 추진한 건설업자 12명이 무더기 입건되기도 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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