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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월드컵 보이콧”... 이중간첩 독살 시도, 러에 의심의 눈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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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월드컵 보이콧”... 이중간첩 독살 시도, 러에 의심의 눈초리

입력
2018.03.07 18: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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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러시아 출신 스파이 스크리팔

영국 솔즈베리서 의식 잃은 채 발견

“정체불명 물질에 중독된 듯”

존슨 영국 외무 “러시아 테러 의혹”

러 측 “반러 운동 대본 쓰나” 발끈

푸틴 재선 앞두고 ‘경고’ 가능성

러시아와 영국에서 이중 스파이로 활동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국가기밀 누설죄로 러시아 감옥에 수감돼 있던 2006년 9월 당시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영국에서 이중 스파이로 활동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국가기밀 누설죄로 러시아 감옥에 수감돼 있던 2006년 9월 당시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와 그의 딸이 영국의 한 소도시 거리에서 대낮에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면서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정체불명의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누군가의 독살 시도였을 가능성이 큰데, 러시아 측이 과거처럼 ‘배신자 처단’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영국 외무장관은 수사가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인데도 불구, 러시아를 배후로 의심하는 발언과 함께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부무도 연루 사실 부인을 넘어 ‘영국 정부가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맞대응, 현재도 소원한 상태인 양국 관계가 더욱 더 얼어붙게 될 조짐이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4일 오후 영국 남부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앞 벤치에서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딸 율리아(33)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목격자들은 “남성은 팔을 허공에 대고 휘저으면서 멍하게 하늘을 봤고, 여성도 의식 없이 남성에게 기대어 있었다”, “마약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 고 증언했다. 경찰은 “정체불명의 물질에 중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두 사람은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매우 위독한 상태다.

러시아 육군 정보담당 대령 출신인 스크리팔은 유럽에서 활동하다 1995년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포섭돼 이중 스파이가 됐다. 2004년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의 신상정보를 MI6에 넘긴 혐의로 체포돼 2006년 징역 13년을 선고 받았다. 4년 뒤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맞교환으로 풀려나 영국에 정착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러시아의 독살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주러 영국 대사를 지낸 토니 브렌튼은 “러시아인들로선 적개심을 가질 수 있다. 반역자인 그의 죽음을 기뻐할 것”이라고 BBC 방송에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6일 “만약 보이는 만큼 상황이 나쁘다면 러시아의 또 다른 범죄”라며 “러시아는 악의적, 파괴적인 세력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러시아 개입이 확인되면 러시아 월드컵에 잉글랜드 대표팀의 정상 출전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영국은 지역 경찰이 아니라 대테러 전담조직(CTU)에 넘겨 러시아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러시아도 발끈하고 나섰다. 주영 러시아 대사관은 존슨 장관 발언에 대해 “또 다른 반(反)러시아 운동의 대본을 쓰면서 러시아를 악마로 만들고 있다”면서 러시아 정보기관의 개입 의혹은 진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의 소행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일어난데다가, 과거에도 유사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한 러시아 대선(18일)을 2주 앞두고 벌어진 것과 관련, 푸틴이나 러시아 정보의 약점을 알 수 있는 전ㆍ현직 정보요원들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러시아 개입 흔적이 있든 없든, 러시아 요원들에게 ‘MI6나 미 중앙정보국(CIA)과의 협력은 위험하다’고 보내는 경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암살 의심 사건’은 알려진 것만 14차례에 달한다. 스크리팔 사건과의 유사성이 거론되는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사건’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군(FSB) 출신으로 암살 임무를 거부하고 영국으로 망명한 그는 2006년 10월 런던에서 옛 FSB 동료들을 만나 방사성 독극물이 든 차를 마시고 한 달 후 장기손상으로 숨졌다. 영국은 당시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암살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스위스 당국에 부패관련 자료를 넘긴 알렉산더 페레필리흐니가 2012년 9월 런던에서 조깅 도중 사망했을 때도 이번과 같은 양상이었다. 버즈피드는 “러시아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영국에서 점점 더 ‘대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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