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6.06.28 14:05

[고은경의 반려배려] 맞으면서도 개는 왜 사람을 좋아할까

등록 : 2016.06.28 14:05

복남이는 개고기를 찾는 동네 사람들에게 쇠파이프로 구타당하다 구조됐지만 여전히 사람을 좋아한다.

여름철 복날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진돗개 수컷 보리의 시선으로 개의 삶을 다룬 김훈의 ‘개: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다.

보리가 세상에 적응해 가는 과정과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삶을 전한다. 이 소설이 복날이 되면 떠오르는 이유는 보리가 좋아했던 암컷 ‘흰순이’때문이다. 시골에서 사는 보통 흰색 개 흰순이는 동네 사람들에 의해 강아지들 옆에서 나뭇가지에 목이 매달렸다. 흰순이는 몽둥이로 머리를 맞았지만 빗나갔고 목을 맨 새끼줄이 풀리면서 대문 밖으로 도망갔다. 주인은 나긋한 목소리로 흰순이를 불렀고, 흰순이는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꼬리를 흔들며 주인에게 갔다. 흰순이는 결국 이마를 맞고 죽었다. 소설 속 흰순이가 죽은 것은 가을이지만 복날이 되면 이때 즈음에 얼마나 많은 개가 흰순이처럼 보신탕용으로 죽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런 죽음이 소설 속에서만 일어날까. 얼마 전 방문한 경기 남양주시 동물 보호소에서는 흰순이처럼 목숨을 잃을 뻔하다 가까스로 구조된 수컷 혼혈견 복남이를 만났다. 복남이는 노인정 뒷마당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애교쟁이였지만 어느 복날 사람들에게 안줏감으로 낙점돼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았다. 복남이의 비명을 들은 유치원 교사와 아이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복남이는 두개골과 오른쪽 눈이 함몰되고 턱은 으스러진 채 목숨을 건졌다. 이 정도면 사람을 싫어할 법도 한데 보호소에서 만난 복남이는 꼬리를 치고 웃으며 사람들을 반겼다. 자신의 몸집이 사람들을 다치게 할까 걱정이라도 하는지 의젓하게 말도 잘 듣고, 단순히 새 목줄을 채우는 것뿐이었는데도 너무나 신나 했다.

경기 남양주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나왔던 사피(왼쪽 첫번째)와 커피(앞줄 오른쪽) 등의 개들이 꼬리를 치며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복남이뿐 아니라 보호소의 개들은 “나 좀 봐달라”며 한 번이라도 사람들의 눈길과 손길을 받으려고 꼬리를 흔들고 짖어댔다. 물론 길을 잃어버린 개들도 있겠지만 일부러 버려진 개들도 많을 터인데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 뭐가 좋다고 저리 안간힘을 쓸까 싶었다.

식용으로 팔려 나가는 개농장의 개들도 마찬가지였다. 철창 밖으로 나오는 순간은 자기가 죽을 때뿐일 텐데 처음 본 사람들이 지나가도 꼬리를 치며 반겼고, 구조하기 위해 철창에서 꺼내는 순간 두려움에 떨면서도 저항 한번 하지 않고 사람들의 품에 안겼다.

개들이 사람을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오래전 개들이 가축화하면서 개들은 생존을 위해 사람과 공존했고 사람을 따르는 게 유전자에 각인됐다는 견해가 많다. 또 사람과 개가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는 개가 사람과 교감을 하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헝가리의 한 대학교 연구팀이 개와 인간의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가 유사한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상호교감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영장류가 아닌 동물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 드물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좋아하는 게 개의 매력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매력이 좋은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다. 개들은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하며, 외모나 학력, 수입 등을 보고 주인을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에게 좋은 주인은 값비싼 사료와 옷을 사주는 것보다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아껴주며 사랑한다 말해주는 사람일 것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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