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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받은 英미술비평가 겸 소설가 존 버거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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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받은 英미술비평가 겸 소설가 존 버거 별세

입력
2017.01.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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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저명한 미술비평가이자 소설가 존 버거가 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근교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A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3일 보도했다. 향년 90세.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고인은 첼시미술학교 졸업 후 1940년대 후반 화가로 출발했다. 그림을 가르치는 동안 정치문화 학예지 ‘뉴스테이츠먼’(New Statesman)에 미술비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평가로 활동영역을 넓혔으며 미술을 사회와 결부시켜 해석하는 독특한 시각으로 관심을 모았다.

1972년 고인이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서 강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출간한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는 그에게 미술평론가로 명성을 안겨줬다. 국내에 한때 ‘이미지’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도 번역, 출간된 이 책은 미술작품 감상에 이상적인 방식이나 태도가 있다고 믿는 가정이 잘못되거나 편협한 생각일 수 있다고 꼬집으며 독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주문했다.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까지도 미술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손꼽히는 저작이다.

그는 다수의 소설과 극본을 발표하며 작가로서도 명성을 쌓았다. 1958년 첫 소설 ‘우리 시대의 화가’(A Painter of Our Time)를 발표한 뒤 소설 ‘G’로 1972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현재의 맨부커상)을 받았다. 벨에포크라 불리던 유럽의 부르주아 문화 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 조반니의 여성편력을 따라가며 역사 속 사적인 순간의 여성성과 남성성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 호평받았다.

평생 마르크스주의자로 살며 자본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한 버거는 수상 당시 부커상을 후원하는 부커 맥코넬사가 카리브해 지역의 노역과 관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상금 절반을 흑인운동단체인 블랙팬서에 기부했다. 나머지 절반으로는 유럽 이민노동자에 관한 책 ‘제7의 인간’(The Seventh Man)을 출간했다. 주요 저서로는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본다는 것의 의미’ ‘사진의 이해’, 소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A가 X에게’ 등이 있다.

영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던 그는 1970년대 스위스 출신 감독 알랭 타네의 작품인 ‘불도마뱀’ ‘세상의 중심’ ‘2000년에 25살이 되는 조나’ 등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 시에도 재능을 보였던 그는 1994년 시집 ‘아픔의 기록’을 출간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사진, 미술, 정치, 개인적인 기억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

고인은 1962년 영국 생활에 염증을 느껴 프랑스로 이주한 뒤 알프스 인근의 외딴 농장에서 글을 쓰며 생활하다 파리 교외로 옮겨 여생을 보냈다. 버거의 지인 등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1년 가까이 병석에 있었다.

버거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편집자 톰 오버턴은 “고인은 이주자로서의 경험, 예술 작품과 재산으로서 소유물이라는 끔찍한 관계를 자신의 중요한 주제로 여겼다”며 “그는 우리에게 예술을 천재들의 끊임없는 경쟁이 아닌 일종의 동지애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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