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기준에 미달한 학교 명단을 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14개교에 대한 종합평가 결과 8개 학교가 기준 점수 70점(100점 만점)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10월 중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교육부가 협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 절차나 과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평가는 문용린 전 교육감 재직 당시 실시한 평가에서 부정ㆍ부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상당수 학교가 선행학습을 하고 전체 수업시간의 절반 이상을 국영수로 편성하는 등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전원 통과시켰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선행학습 항목에서 미흡 판정을 받거나 국영수 비중이 현저히 높은 학교는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도록 돼있으나 그대로 넘어갔다. 이번의 재평가는 이런 명백한 봐주기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실시됐다. 따라서 이들 학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데 법적인 하자는 없다.
문제는 해당 자사고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 6월 끝난 평가를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다시 실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정 취소를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의 일관성 측면에서 본다면 학부모들의 주장을 잘못됐다고만 할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자사고 갈등의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라는 국정과제를 만들어놓고 전국에 49개나 되는 자사고를 설립한 데서 문제가 비롯됐다. 우수한 학생들을 대거 선발하면서 일반고는 황폐화했고, 자사고는 입시교육에 치중해 제도 도입의 취지가 크게 훼손됐다. 일단 학교를 설립해놓고 나니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교육부는 아예 협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법에 정해진 대로 당당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 시도교육감에 부여된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빼앗으려는 꼼수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당장의 혼란을 감안해 지정 취소를 미루되 학사관리를 엄격히 하고 입학전형을 성적 제한 없이 추첨에 의한 선발로 전환하는 등의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조희연 교육감을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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