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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손’의 발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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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손’의 발을 믿는다

입력
2018.06.18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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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그의 뒤로 태극기가 보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 연합뉴스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그의 뒤로 태극기가 보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6ㆍ토트넘)은 183cm의 키에 비해 발이 작은 편이다. 255~260mm 축구화를 신는다. 미세한 감각까지 느끼기 위해 축구화를 딱 붙게 신는다고 한다. 서울광장을 메운 팬들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외치며 기쁨을 만끽할지 4년 전처럼 쓸쓸히 돌아설지가 그의 ‘작은 발’에 달렸다.

신태용(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과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첫 경기를 치른다. 대표팀은 16일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크를 출발해 니즈니노브고로드 결전의 땅을 밟았다. 손흥민은 17일 결연한 표정으로 훈련장에 나와 몸을 풀었다. 그의 축구화에서 발목 부분의 태극기가 유난히 눈에 띄였다. 2011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 후원사에 직접 요청해 줄곧 새기고 다니는 태극기다.

손흥민의 축구화에 새겨진 이름 이니셜과 태극기. 손흥민은 2011년 국가대표 발탁 뒤부터 줄곧 축구화에 태극기를 넣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류효진 기자
손흥민의 축구화에 새겨진 이름 이니셜과 태극기. 손흥민은 2011년 국가대표 발탁 뒤부터 줄곧 축구화에 태극기를 넣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류효진 기자
많은 선수들이 축구화에 태극기를 새긴다. 위 사진 왼쪽은 주세종, 오른쪽은 황희찬과 김신욱의 축구화. 아래 사진은 조깅하는 태극전사들 축구화를 조명한 모습. 상트페테르부르크=류효진 기자
많은 선수들이 축구화에 태극기를 새긴다. 위 사진 왼쪽은 주세종, 오른쪽은 황희찬과 김신욱의 축구화. 아래 사진은 조깅하는 태극전사들 축구화를 조명한 모습. 상트페테르부르크=류효진 기자

손흥민의 득점은 승리의 전주곡이다. A매치 67경기 21골을 기록 중인데, 그가 득점한 21경기에서 한국은 단 3번만 졌다. 그 중 하나가 2014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이다. 0-3으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만회골을 넣은 손흥민은 생애 처음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넣고도 웃지 못했다. 조별리그 참패 후 귀국할 때 공항에서 ‘엿 세례’까지 받았다. 4년 전 큰 아픔을 경험한 그에게 이번 월드컵은 남다르다.

손흥민은 대표팀 출정식 때 “잘 때도 월드컵 꿈을 꾼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 13일 인터뷰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제가 얼마나 활약할지는 결국 저에게 달렸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손흥민이 노란 유니폼에 강하다는 것도 길조다. 그는 지난 시즌 독일 도르트문트, 잉글랜드 왓포드와 브라이턴, 이탈리아 유벤투스(원정 유니폼) 등 프로 클럽뿐 아니라 콜롬비아와 평가전까지 노란 상의를 입은 팀을 상대로 8골이나 넣었다. 공교롭게 스웨덴은 한국전에서 노란 상의와 파란 하의를 입는다. 한국은 상하의 모두 흰색이다.

지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드리블하는 손흥민. 전구=연합뉴스
지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드리블하는 손흥민. 전구=연합뉴스

손흥민의 우상은 잘 알려진 대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포르투갈)다. 왼발과 오른발, 헤딩을 가리지 않고 골을 뽑아내는 스타일, 골대 앞에서 뚝 떨어지는 무회전 프리킥 같은 고급 기술을 구사하는 점이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둘은 ‘노력으로 만들어진 천재’라는 점에서 닮았다.

유럽 축구 명장 조제 무리뉴(5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과거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시절 “호날두가 패리스 힐튼과 휴가를 가건 페라리를 사건 상관하지 않는다. 호날두는 누구보다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고 경기장에서 다른 수준을 보여준다”고 했다. 손흥민 역시 비시즌 때 여행 대신 공을 벽에 1,000개씩 때리는 혹독한 훈련으로 슈팅을 연마했다.

그는 지난 시즌 오른발로 9골, 왼발로 7골 그리고 헤딩으로 2골 등 18골을 터뜨렸다. 돌파(3골)와 침투(4골), 크로스(5골), 위치선정(3골) 그리고 페널티 라인 바깥에서 쏜 중거리 슈팅(3골)까지 패턴도 다양하다. 득점 위치도 왼쪽, 오른쪽을 안 가린다. 골대 앞 가까운 지점부터 먼 지점까지 득점 분포도가 넓다.

수비수는 공격수가 주로 쓰는 발과 공격 패턴을 통해 대응책을 연구한다. 하지만 데이터만 놓고 보면 손흥민은 ‘어디서 어떻게 쏠지 예측할 수 없는’ 선수다. 손흥민을 전담 마크할 것으로 보이는 스웨덴 미카엘 루스티그(32ㆍ셀틱)는 “손흥민은 최고의 선수다. 좋은 기술과 빠른 스피드가 위협적”이라고 경계하며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반드시 막겠다”고 다짐했다.

루스티그는 오른쪽 수비수지만 공격 가담이 좋아 유럽 예선에서 3골이나 넣었다. 반면 그가 공격하러 올라갔을 때의 빈자리가 손흥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골 찬스가 몇 번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지난 달 28일 대구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손흥민. 대구=연합뉴스
지난 달 28일 대구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손흥민. 대구=연합뉴스
호날두가 지난 16일 스페인과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소치(러시아)=AP 연합뉴스
호날두가 지난 16일 스페인과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소치(러시아)=AP 연합뉴스

호날두는 지난 16일 스페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패배 위기에 빠진 팀을 구했다. ‘호날두 1명이 스페인 11명을 상대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호날두는 엄청난 부담의 큰 경기를 앞두면 마음속으로 “나는 누르면 누를수록 더 강해진다”를 외친다고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손흥민 차례다.

손흥민 득점 기록. 그래픽=강준구 기자
손흥민 득점 기록. 그래픽=강준구 기자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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