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고]잘못 항해중인 한국의 원양 해운

입력
2016.12.08 14:59
0 0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1월 22일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과 아시아 역내 노선 매각의 본계약을 370억원에 대한해운의 SM그룹과 체결하였다. 본 입찰에는 현대상선과 SM그룹만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었다. 이때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인 미국 롱비치 터미널은 별도로 매각하기로 하였다. 롱비치 터미널은 롱비치 항만 내 최대 규모로 연간 300만 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크기) 이상의 컨테이너 항만 처리 능력을 갖추었으며 미국 서부 항만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미국 자회사 TTI의 지분을 54% 보유하고 있다. 롱비치 터미널의 2대 주주인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 스위스 선주 소유 MSC는 46%를 보유하고 있다. 이 MSC가 우선 매수 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재정적 부담으로 대한해운이 롱비치 터미널 인수를 포기하였다. 따라서 MSC와 컨소시엄을 이룬 현대상선이 롱비치 터미널을 인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롱비치 터미널의 대주주는 MSC가 되어 한국 선사의 중요한 해외 터미널이 외국 선사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대상선과 MSC가 인수하여 향후 현대상선이 최대 해운동맹인 ‘2M’에 가입할 경우 2M과 현대상선의 미주 전용 터미널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컨테이너 정기선은 부정기선 영업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운영되며 수십 년 쌓아온 신용거래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한진해운은 이제 그런 자산이 모두 상실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 자체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10월 31일 각 부처 공동 작업으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만들었다. 그 정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세계 5위를 목표로 강력한 원양 컨테이너 선사를 육성하는 것이다. 지금 컨테이너 시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하여 선사를 대형화하고 이렇게 대형화한 선사들이 연합하여 3개의 동맹으로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 일본 굴지의 선사인 NYK, K Line, MOL이 컨테이너 부문을 통합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선사 간 M&A를 통해 내년 4월부터는 해운동맹이 디 얼라이언스, 오션 얼라이언스, 2M 등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이러한 해운동맹 재조정으로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며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과거의 두 컨테이너 선사체재로 되돌아가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컨테이너 시황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3년 안에는 정상화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세계 유수 해운연구기관들의 예측이다. 과거 한진해운의 미주 라인 영업이익은 CKYHE 라는 굴지의 해운동맹 일원으로서 양질의 정기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적절한 선복 안배와 헌신적인 대리점들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물론 경쟁력 있는 우수한 구 한진해운의 인력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많은 부분 벌충이 되겠지만 인력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반드시 있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우려된다. SM이 발표한 신생 해운사의 전략을 보면 항공에서 저가 항공사와 같이 낮은 선가와 용선료를 기반으로 한 저가 정책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겨우 운임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 역내시장에서의 저운임 시장공략 전략은 이 지역 시장의 운임 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중견 선사들과 해양수산부의 노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는 우리나라 정기선 해운에 새로운 불안의 불씨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진해운의 남은 자산이 현대상선의 부족한 경쟁력을 보완하도록 정책을 바꿔 명실공히 세계 5위의 경쟁력 있는 국적 컨테이너 원양선사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