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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증오’ 리트윗… 정신 못차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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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증오’ 리트윗… 정신 못차린 트럼프

입력
2017.11.30 18: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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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극우정당 대표 대행이 게재한

무슬림의 폭행장면 등 동영상 3건

진위여부 확인 안됐는데 확산시켜

영미 언론ㆍ정치권으로부터 비난

메이에게도 “英이나 잘해라” 반박

영국 극우정당 ‘영국 우선’의 대표 대행이 올린 이슬람 혐오 동영상 3건을 그대로 리트윗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트위터 캡처
영국 극우정당 ‘영국 우선’의 대표 대행이 올린 이슬람 혐오 동영상 3건을 그대로 리트윗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이슬람 증오’ 메시지가 담긴 영국 극우정당의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리트윗해 영ㆍ미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심지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측도 ‘트럼프가 잘못됐다(wrong)’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아예 한술 더 떠 “영국이나 신경 쓰시라”고 적반하장 식으로 대응했다. 이제는 거의 ‘기행(奇行)’ 수준으로 보이는 그의 트윗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엄중함 속에 벌어진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대해 대통령의 자질과 정신 상태를 의심해야 한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원외 극우정당 ‘영국 우선(Britain First)’의 제이다 프랜슨 대표 대행이 트위터에 게시한 3건의 동영상을 리트윗했다. 가장 먼저 올린 것은 ‘무슬림 이민자가 목발을 짚은 네덜란드 소년을 때리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다. 한 소년이 다른 소년에게 친한 척하며 다가간 뒤, 갑자기 폭행하는 내용이다. 다른 한 건은 이슬람권 남성이 성모 마리아상을 던져 부수는 것이고, 나머지 한 건에는 이슬람권 국가의 군중이 10대 소년을 한 건물 옥상 높은 곳에서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뒤 마구 폭행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프랜슨 대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 축복을! 미국에 축복을!”이라는 트윗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진위 여부가 확실치 않던 동영상들 중 첫 번째 것은 네덜란드 대사관이 “폭력 가해자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밝히면서 가짜로 드러났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게시물이었던 것이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과 영국의 극우정당이 이슬람교 혐오를 유발하고 인종차별 분위기가 가득한 ‘합작품’을 내놓자 두 나라는 발칵 뒤집혔다. 미 CNN방송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영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양국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를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비판자들의 목소리를 자세히 전했다. 보도들에 따르면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트윗은 끔직하고 위험하며, 우리 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표현했다. 같은 당 추카 우무나, 데이비드 래미 의원 등도 “트럼프는 더 이상 우리의 동맹이나 친구가 아니다”라며 그의 영국 방문을 취소시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미국 정치인들도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제프 플레이크 공화당 상원의원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가 그것들(동영상들)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했고, 미 의회 최초의 무슬림인 키스 엘리슨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게 바로 트럼프다. 인종과 종교로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쏘아 붙였다.

메이 총리마저 비난에 가세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영국 우선’은 거짓말을 퍼트리고 긴장을 촉발하는 증오 연설로 사회를 분열시키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냈다. 총리의 불쾌함과 우려가 담긴 말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트위터를 통해 “테리사 메이. 나한테 집중하지 말고 영국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행위에 신경 쓰시라.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쏘아붙이기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종종 공격하는 CNN은 그야말로 맹폭을 가했다. 방송은 “북한과의 전쟁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의 손에 수백만명의 목숨이 달려 있지만, 그의 기질과 판단, 이해, 역할 등에 대한 의문들이 나오고 있다”며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예의범절을 갖고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런던정경대학(LSE)의 브라이언 클라스 교수도 CNN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적 신 파시즘의 사악한 이데올로기를 주류로 만들고자 자신의 권력을 활용하는 미국 대통령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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