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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 “한민족의 한 사람이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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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 “한민족의 한 사람이고 싶을 뿐”

입력
2017.09.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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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김석범 작가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미소 짓고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김석범 작가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미소 짓고 있다.

“저의 일생은 소설을 통해 상상해 온 과정입니다. 힘겨운 일이지만 이건 제게 자유입니다.”

재일조선인 김석범 작가(92)가 제1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을 위해 한국을 찾아 18일 서울 은평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은평구청에서 올해 제정한 상으로 17일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에서 상패와 상금 5,000만원 수여식이 열렸다.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김 작가는 1957년 처음으로 제주 4ㆍ3항쟁을 다룬 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한 후 항쟁의 진상규명과 평화 인권 운동에 청춘을 바쳤다. 그는 이날 “제주 4‧3사건을 실제로 겪어보고 체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며 “(소설이란) 큰 허구 세계, 하나의 우주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그곳에 있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다”며 “사건을 피해 일본으로 망명한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은 오히려 태연해 그 때 받은 충격이 내게 힘을 줬다”고도 말했다.

김 작가가 1976년부터 일본 문예춘추사의 '문학계'에 연재한 ‘화산도’는 1997년에야 완성됐다. 12권짜리 대하소설을 쓰게 된 데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한 분노가 한몫 했다. 김 작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어딘가에서 '조선을 테마로 하면 보편성이 없다'고 말했다”며 “일본문학은 상위문학이고 재일조선문학은 밑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반론을 쓰려 했지만 가와바타는 1972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에 대한 반감에도 일본어로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그는 “일본어로 쓰더라도 조선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게 언어적 보편성”이라며 “일본어를 통해 일본 독자와 조선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는 그가 재일조선인 국적(조선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2015년 10월 그의 입국이 불허한 적이 있다. 김 작가는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문재인 정부라면 한국 국민이 되어도 괜찮지만 저는 여전히 남과 북으로 나눠진 한 조각 나라의 한 사람이 아닌 '한민족'의 한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현지호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영학 4)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김석범 작가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김석범 작가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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