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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선택한 차등의결권, 우리 기업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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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선택한 차등의결권, 우리 기업엔 그림의 떡”

입력
2017.05.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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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에 경영권 방어

한경연 “기업 실적 좋아져”

“우리는 구글의 혁신 능력을 지킬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선택했다. 외부에선 단기적 성과를 위해 장기적 성과를 희생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단기적인 사업 성과를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 길로 나아갈 것이다.”

2004년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나스닥에 구글을 상장할 당시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후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 내용이다. 래리 페이지 등은 차등의결권 주식으로 구글 지분의 63.5%를 확보했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구글은 이후 급성장했다.

우리나라도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구글은 장기적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둔 경영활동이 가능해져 상장 11년 만에 매출이 24배, 영업이익이 30배, 고용이 21배 성장했다”며 “국내에서도 중소ㆍ중견 기업의 성장을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1주 1의결권’이란 주주 평등의 원칙을 벗어나 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쓰인다. 창업자들이 키워놓은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헤지펀드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탈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 도입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2004년 1%에서 2015년 13.5%로 증가했다. 여기에는 구글 외에 페이스북, 그루폰, 링크드인 등 최근 급성장하는 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반면 애플은 지난해 헤지펀드 ‘그린라이트 캐피탈’로부터 1,371억달러(약 150조원)를 배당하라는 압력을 받아 곤욕을 치렀는데, 이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한경연은 캐나다에서 차등의결권을 활용한 기업의 실적이 일반 상장 기업보다 더 높았다는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차등의결권을 활용하는 24개사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3.7%로 일반 상장기업의 1.1%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기존 대주주가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도 도입 논의조차 지지부진하지만 차등의결권은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 신산업 발굴 등을 돕는 장점이 많은 제도”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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