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입력
2017.04.27 15:56
0 0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지난 25일 한국정치학회와 JTBC,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네 번째 대선주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 도중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코리아 패싱이라고 아시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문 후보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답했고 유 후보는 "북한 문제를 둘러싼 국제 논의에서 정작 한국이 소외되는 현상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방송이 나간 뒤로 며칠 동안 온라인에서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코리아 패싱’이란 단어가 끊임없이 회자되며 포털사이트의 이슈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언론에서도 ‘코리아 패싱’ 관련 기사를 많이 쏟아냈다.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은 콩글리시다. 글자 그대로 하면 ‘한국 건너뛰기’라는 의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북한 문제를 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국을 배제한 채 한반도 안보 현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 표현은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간 상황을 당시 일본 언론들이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재팬 패싱’에서 유래한 ‘코리아 패싱’은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만든 외교 용어가 아닌 국내 일부 언론이 만들어낸 표현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 도중 “최근 국내 일각에서 사용하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특이한 용어가 정확히 무슨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미국 등 다른 나라가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만약 미국 등 우방국들이 한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한국의 이해와 관련된 문제를 결정한다는 의미라면, 이는 한미 동맹 관계 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영어권 원어민들은 ‘코리아 패싱’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렇다면 ‘Korea passing’에 대한 올바른 영어 표현은 무엇일까? “Korea is bypassed.” 또는 “Korea is diplomatically excluded.”라고 하면 적절하다. 외교적인 차원에서 한국을 배제시킨 주체를 명확하게 밝히고 싶지 않다면 이렇게 쓰면 되고, 경우에 따라 밝힐 필요가 있다면 bypassed와 excluded 뒤에 by world leaders 정도의 표현을 넣으면 되겠다. world leaders는 뉴스 영어에서 강대국을 나타낼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Korea is being diplomatically bypassed concerning its own fate.” 또는 “Korea is being diplomatically excluded concerning its own fate.” 등으로 쓰면 한국이 처한 상황을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내 주는 문장이 된다. 참고로 shut out도 exclude와 유사하게 ‘~을 배제[제외]시키다(= to deliberately not let someone join you in an activity)’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완전히 차단하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이 문맥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안성진 코리아타임스 어학연구소 책임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