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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대신 1000주’ 삼성증권, 황당한 배당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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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대신 1000주’ 삼성증권, 황당한 배당사고

입력
2018.04.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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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구원기자
그래픽=박구원기자

‘뜻밖의 횡재’를 기대했던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이 다시 ‘쪽박’을 찰 처지에 놓였다. 사상 초유의 전산 착오로 받은 주식을 바로 시장에 팔아 주가 급락을 불러온 직원들이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날 오전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에게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전산상 착오로 현금 대신 주식을 잘못 입고했다. 담당 직원이 배당 단위를 잘못 설정한 ‘팻 핑거‘(손가락이 두꺼운 주식 중개인의 주문 실수)가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1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받아야 할 삼성증권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이 실제로는 1주당 1,000주의 주식이 계좌로 입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증권 우리사주가 283만1,620주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산상 실수로 28억3,162만주가 잘못 입고된 셈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12조6,985억원(5일 종가 기준)에 해당된다. 이는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수(8,930만주) 보다 30배도 넘는 규모다.

전산착오로 현금 대신 주식 넣어

폭락 후 회수 불구 모럴해저드 논란

일반 투자자들 소송 제기 가능성도

삼성증권은 배당 사고가 발생한 지 30분만에 이러한 착오를 인식하고 잘못 입고된 주식의 회수에 나섰지만 일부 직원들이 주식 501만3,000주를 이미 내다 판 뒤였다. 5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무려 1,995억원에 상당하는 규모였다.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도 순식간에 11.68%(4,650원) 하락한 3만5,150원까지 추락했다. 주가가 급변할 때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2분간 냉각 기간을 부여하는 한국거래소의 변동성완화장치(VI)가 7차례 발동됐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삼성증권은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곧바로 주식 매입에 나섰다. 주식을 판 직원들에게는 해당 수량만큼 다시 주식을 사 들여 반환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종가는 3만8,350원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한 오전에 주식을 판 직원들은 오후 들어 더 높아진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야 했다.

더구나 이날 주가가 급락하자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판 일반 투자자의 소송 제기 가능성,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식을 팔았다 다시 사는 과정의 차익과 손해 정리 문제 등 이날 배당 사고에 따른 향후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주식을 판 직원들이 다시 주식을 사서 메우는 게 원칙이지만 지금은 결제불이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며 “주문 실수와 주식 매도에 대한 책임 소재는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이날 직원들이 판 물량을 전량 확보한 만큼 대금 결제나 추후 시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사고와 관련한 원인파악, 사후수습,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응, 관련자 문책 등 처리과정을 지켜볼 것”이라며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불필요한 과정 없이 보상이 이뤄지도록 삼성증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객님께 불편과 불안을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삼성증권 대고객 공지문. 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쳐
삼성증권 대고객 공지문. 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쳐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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