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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두테르테 앞세워 아세안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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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두테르테 앞세워 아세안 길들이기

입력
2017.05.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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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위대가 ‘미국ㆍ일본ㆍ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손을 떼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닐라=AFP 뉴스1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위대가 ‘미국ㆍ일본ㆍ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손을 떼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닐라=AFP 뉴스1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내 최대 갈등현안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물론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이 뚜렷하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의 최대 수혜자가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소간의 진통을 겪은 끝에 정상회의 이튿날 나온 의장 성명에서 역내 가장 큰 외교안보 현안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뜻이 상당 부분 관철됐기 때문이다.

의장 성명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관련해 일부 지도자들이 표명한 우려에 주목한다”면서 “관련 당사국들이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자제력을 보이면서 상황을 악화할 수 있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성명 초안에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과 관련해 ‘법적ㆍ외교적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는 문구가 포함됐지만, 결국 중국이라는 국가명은 물론 PCA 판결과 관련한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 등에 대한 우려가 전혀 담기지 않은 추상적인 내용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친중인사로 돌변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 의장이란 점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양측이 경제협력을 고리로 의기투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베트남 등의 의사를 무시한 채 대폭 수정된 초안을 밀어붙인 뒤 오는 14~15일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경제 발전을 위해 중국의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어 1일에도 자신의 고향인 남부 다바오시에 정박한 중국 미사일구축함 창춘(長春)호에 직접 올라 친선관계를 과시했다.

의장 성명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대목을 두고서도 중국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과 관련 당사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상황 악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문구가 중국의 기존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정상회의 기간 중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라”고 강조한 것 역시 중국과의 사전교감설을 낳고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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