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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

등록 : 2015.09.01 11:04
수정 : 2015.09.02 05:55

재난영화에서 강아지를 죽이지 않는 이유

[고은경 기자의 반려배려]

등록 : 2015.09.01 11:04
수정 : 2015.09.02 05:55

아마겟돈

재난영화 '아마겟돈'에 등장한 반려견을 바라보고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 그는 재난영화 제작의 불문율은 '개를 죽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http://www.denofgeek.com

영화 ‘트랜스포머’로 알려진 미국 감독 마이클 베이는 ‘아마겟돈’ 제작 과정을 소개하면서 재난영화 불문율을 ‘개를 죽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관객의 감정을 조절하는 도구로 개를 등장시키는 것은 영화 제작의 오랜 전통이다. ‘아마겟돈’에서는 물론 ‘투모로우’ ‘단테스 피크’등에서 강아지는 외계인, 추위, 화산폭발 등을 이겨내고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관객들은 개가 구조되는 것을 보고 안도한다. 또 관객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우리집 강아지는 어떻게 대피시켜야 하나’는 생각도 한 번쯤 해보게 된다. 하지만 실제 재난이 발생하면 어떨까? 반려동물들은 구조되지 못하고 대부분 죽는 게 현실이다.

영화가 아니라 실제 화재 속에서 힘겹게 살아남아 주인을 기다린 반려견이 온라인을 훈훈하게 달궜다. 지난 주말 방영된 SBS ‘동물농장’의 주인공 똘이 이야기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 똘이와 함께 폐품을 모으며 살아가던 아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생활 터전인 집마저 화재로 잃었다. 아저씨는 전신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목줄에 묶여 도망가지 못했던 똘이는 소방관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몸 여기저기에 화상을 입고 왼쪽 뒷다리는 땅에 딛지 조차 못했다. 똘이는 화재 이후 열흘이 지나도 현장 잿더미를 헤매면서 울었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구조돼 3개월만에 아저씨와 재회했다.

똘이는 운이 좋아 살았지만 사실 똘이 같은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대처법은 국내에 없는 것과 다름없다. 국가재난정보센터의 ‘비상대처요령’과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에 보면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다. 단 봉사용 동물만 입장이 허가된다”고 나와있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담당 공무원들조차 정확히 숙지하고 있지 않았다. 재난 현장에서 적용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행동 지침에도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그러다 보니 지역자치단체들은 재난 발생 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반려동물을 대피시켜 온 것으로 보인다.

재난영화 '새벽의 저주'에 반려견이 나오는 한 장면. 출처: 영화 '새벽의 저주'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이 먼저이지 동물까지 신경 쓸 틈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피시켜야 하느냐에 대한 매뉴얼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또 가족들이 이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이런 유무가 반려동물의 생사를 가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구조가 재난영화 속의 픽션이 아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계기로 미국연방비상관리국(FEMA)은 반려동물 대피법을 대피 요령에 포함시켰다. 관련법이나 지침이 없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는 ▦반려동물의 ID 정보 ▦예방접종 이력 정보 ▦물과 음식, 반려동물 쓰레기 봉투, 이동 가방, 반려동물과 찍은 사진 등을 넣은 재난 키트를 준비해둘 것을 권하고 있다. 이제 ‘반려동물 재난 키트’가 필수인 시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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