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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블루 먼데이

입력
2017.12.06 15: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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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는 월요일과 관련된 시사용어가 많다. ‘Monday’의 어원은 ‘달의 날(day of the Moon)’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도 ‘月曜日’로 쓴다. ‘해의 날(Sunday)’에 비해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다.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겪는 ‘월요병’도 묵직한 느낌을 준다.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은 1987년 10월 19일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주가가 폭락한 사건으로, 이후 주기적인 주식시장 폭락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 ‘푸른 월요일(Blue Monday)’도 있다. 1830년대부터 영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쓰던 용어다. 한 주간 입었던 작업복을 ‘표백시키는(bluing) 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노동자들은 월요일을 ‘성스러운 월요일’ ‘동료들의 날’이라며 일요일 저녁부터 밤새 선술집 등에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결속력과 협상력이 강한 숙련 노동계층에서만 유효했고, 쉬는 날이 부족한 견습공이나 비정규직에 월요일은 되려 우울했다. 1950년대에는 ‘Blue Monday’라는 노래가 나왔다. ‘난 우울한 월요일이 너무 싫어. 하루 종일 노예처럼 일을 해야만 하지(How I hate blue Monday. Got to work like a slave all day).’

▦ 고용주들과 정부는 숙련 노동자들의 행태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일각에서는 “숙련 노동자들처럼 임금이 높은 노동계층이 퇴폐적 생활에 물들어 있어 건강과 도덕이 피폐해졌다”고 한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숙련 노동자들은 견습공들이 기술을 습득하는 통로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막강한 이익집단을 구축했다. 이들은 비밀회합, 프리메이슨과 유사한 악수와 선서, 의식 등을 통해 연대를 강화하면서 고용주에 맞섰다. 스포츠 동아리와 각종 클럽은 공식적으로 연대를 보완했다(폴 메이슨의 ‘포스트자본주의’).

▦ 숙련 노동자들은 노동에 관해 완전한 자율성을 누렸고, 그들이 소유한 연장을 파업 때 반출하기도 했다. 그래서 파업을 의미하는 용어 중에는 ‘연장을 챙겨 공장 밖으로 나간다(taking their tools out of the shop)’는 것도 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기간 중 소형SUV ‘코나’의 추가 생산을 막기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어 컨베이어벨트를 멈추게 했다. 지금도 부분 파업을 이어 가고 있고 올해만 10번째 파업이다. 노조 권익도 중요하지만, 생산라인까지 투쟁도구로 삼는 것은 밥그릇을 걷어차는 행위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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