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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 기자

등록 : 2017.04.20 16:14
수정 : 2017.04.20 16:44

[비즈피플] 스타벅스 장애인 바리스타 신재하씨 “세상 밖으로”

등록 : 2017.04.20 16:14
수정 : 2017.04.20 16:44

1급 청각ㆍ언어장애 안고 일반 초중고 마쳐

“경험 많아져” 집 근처 매장 아닌 도심 선택

손님들 편견에 속상할 때 있지만 보람도 커

신재하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20일 서울 무교동 지점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고 있다. 스타벅스 제공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서고 싶었습니다.” 의지는 분명했다. 신체적인 결함도 홀로서기에 나선 그의 의욕을 꺾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세상을 미처 알기 전에 찾아온 시련을 오히려 채찍질로 여기는 듯 했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서울 무교동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신재하(30) 바리스타는 장애인으로서의 삶의 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힘들다고 해서 비장애인들과의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피할 순 없잖아요. 어떤 형태로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장애인들의 숙명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 바리스타는 두 살 때 갑작스럽게 앓게 된 열병으로 청력을 잃어 버린 청각ㆍ언어장애인(1급)이다. 들을 수도 없지만 말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예기치 못한 불운이었지만 비장애인인 다른 가족들은 그에게 장애인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진 않았다. “비록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할 운명이었지만 부모님들은 제가 스스로 헤쳐 나가길 원하셨어요. 학창 시절 교육을 모두 정상적으로 받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회상처럼, 신 바리스타는 초,중,고교를 모두 장애인 학교가 아닌 비장애인 학교에서 마쳤다.

하지만 대학 입학을 앞둔 시점에선 궤도 수정에 나서야만 했다. 비장애인들과 지낸 학교 생활은 비교적 순탄했지만 학업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따랐다. “어설프게 공부에 집착하는 것 보단 남들보단 일찍 사회에 뛰어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낙천적인 성격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신재하(맨 오른쪽)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지난 2015년 4월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이석구(맨 왼쪽) 대표이사로부터 수상패를 전달받고 있다. 스타벅스 제공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제과와 제빵 분야에 관심을 가질 무렵, 나왔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스타벅스 장애인 채용 공고를 접하면서다. 평소, 커피광이었던 그에겐 맞춤형 일자리나 다름없었다. 스타벅스 입사(2012년8월)에 성공한 그는 자기 개발에 속도를 냈다. 우선,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주거지 근처 매장으로 추천했던 회사 주문 대신 고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도심 지점을 고집했다. “집(경기 김포) 근처 매장에서 일을 하면 편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래도 많은 손님들이 다양한 메뉴를 찾는 서울 도심 매장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그 만큼, 실력이 늘어날 수 있겠죠.” 그가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7시30분까지 도착해야 하는 서울 도심 한복판 매장을 고집하는 이유였다. 몸에 밴 타고난 성실함 덕분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그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청각장애인이란 배지를 부착하고 있었지만 손님들에게 기대한 배려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휴대폰 통화 도중 주문을 진행하는 손님부터 말을 빨리 하거나 다짜고짜 큰 소리로 고함을 치는 고객까지 걸림돌도 다양했다. 입 모양으로 주문 내역을 파악해야 했던 그에겐 무리일 수 밖에 없었다. “일부러 말을 빨리 하거나 비웃으면서 대하는 고객들을 보면 솔직히 괴롭죠. 본사에 전화까지 걸어서 불만들을 쏟아내는 손님들을 대할 때면 속도 상합니다. 그래도 제 커피를 마시고 미소를 짓는 손님들을 보면 스트레스는 사라집니다.” 그만의 피로해소법은 고객들 얼굴에 있었다.

성실함에 대한 보상은 따라왔다. 이런 노력들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그는 지난 2014년 말엔 사내에서 특별공로상까지 수상했다. 그는 이런 과정 속에서도 실력 쌓기를 게을리 하진 않았다. 덕분에 지난 2015년 사내에서 1회 대회로 열린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이 대회는 중증과 경증 장애인 바리스타들로 각각 나눠, 고객 응대 서비스 및 음료 부재료 준비, 음료 제조, 라떼 아트 등의 실력을 겨루는 행사다.

회사 내에서도 자리를 잡았지만 그의 목표는 또 다른 곳을 향했다. “요즘 상황이 어렵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의 커피 인생 2막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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