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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권력 이긴 날" 국회 앞 2만여명 폭죽 쏘며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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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권력 이긴 날" 국회 앞 2만여명 폭죽 쏘며 환호

입력
2016.12.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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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의는 살아 있다”

가결 소식에 눈물·함박웃음 가득

보수단체 150여명 반대 시위도

朴 퇴진”오늘도 7차 촛불집회

법원, 靑 100m 앞 행진 재차 허용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9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조금 전까지 “박근혜 탄핵” “국회는 박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외치던 시민 2만여명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가 임박하자 초조한 마음으로 손에 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0분 뒤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 쪽에서 시작된 “이겼다”는 함성은 도미노처럼 빠르게 국회 앞에 울려 퍼졌다. 곧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고 적힌 풍선과 누군가가 쏘아 올린 폭죽이 머리 위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그제야 실감이 난 듯 눈물을 흘리다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다시 목 놓아 구호를 외치는 등 온갖 감정이 교차한 모습이었다. 일곱 살 딸을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주부 박모(40)씨는 “아이에게 ‘정의는 살아있다’는 진리를 새 역사가 쓰여지는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고 싶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날 국회 주변은 말 그대로 축제의 도가니였다. 국회와 100m 떨어진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2차 시국토론회에 귀를 기울이던 참가자들도 주최 측이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가결’ 두 글자가 뜨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힘껏 외쳤다. 직장인 양정훈(41)씨는 “참 멀리 돌아왔지만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이 증명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인근을 지나던 차량들도 ‘대한민국’이라는 응원구호 리듬에 맞춰 경적을 울리며 시민들과 기쁨을 함께 했다.

몇 시간 전 여의도 풍경은 사뭇 달랐다.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역사를 바로잡는 날’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민 20여명은 “전 국민을 농락한 희대의 사기극을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탄핵안이 가결돼야 한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국회를 압박하려 이날 휴가까지 냈다는 직장인 김모(38)씨는 “탄핵안 가결을 믿어 의심치 않으나 절망과 자괴감에 빠진 국민을 생각하면 의원들이 압도적 찬성으로 민심을 대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시각 국회 앞과 새누리당사 근처에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 150여명이 모여 “탄핵 반대”를 주장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회사원 김승준(42)씨는 “누구에게나 말할 권리는 있지만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 본 사람이라면 박 대통령을 두둔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오후 6시 승리의 뒤풀이를 끝낸 시민들은 흥분을 뒤로 하고 10일 열리는 7차 촛불집회를 다시 국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생 한승준(23)씨는 “내일 광화문은 하루 종일 흥겨운 노랫가락과 환호로 뒤덮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축 열기는 광화문광장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시민들은 매일 오후 7시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합류해 기쁨을 나눴다. 고교 2학년 김다솜(17)양은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 저녁도 안 먹고 달려 왔다”며 무대 연주에 맞춰 촛불을 흔들었다. 문화제를 마친 3,000여명의 시민들은 법원이 허가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하며 “우리가 이겼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소리쳤다.

촛불집회를 주관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7차 집회를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로 명명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국민 승리를 확인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고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적폐 청산의 촛불이 다시 타오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6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 방면 대규모 행진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탄핵안 가결로 촛불 행렬이 심판 권한을 가진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향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주최 측은 박 대통령 압박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번에도 안전사고와 교통방해를 이유로 광화문 앞 율곡로 이북 집회ㆍ행진을 모두 금지했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청와대에서 각각 100m 지점씩 떨어진 효자치안센터와 자하문로16길 21 앞, 삼청로 방향의 '126 맨션'에서 행진을 오후 5시30분까지 허용했다. 재판부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헌법상 부여된 집회ㆍ시위 자유를 보장함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는 다소간의 교통 불편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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