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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가 아니라 차라리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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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가 아니라 차라리 전쟁이었다”

입력
2017.06.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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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3 농구 대표팀의 신윤하(왼쪽부터), 주장 최고봉, 남궁준수, 이승준. FIBA 홈페이지
3대3 농구 대표팀의 신윤하(왼쪽부터), 주장 최고봉, 남궁준수, 이승준. FIBA 홈페이지

한국 3대3 남자농구 대표팀이 처음 출전한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값진 1승을 수확하고 대회를 마쳤다.

프로농구 선수 출신 이승준(39ㆍ205㎝), 최고봉(34ㆍ186㎝), 신윤하(34ㆍ194㎝), 남궁준수(30ㆍ200㎝)로 이뤄진 대표팀은 19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2017 FIBA 3대3 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12-7로 꺾었다.

이로써 이틀 전 네덜란드, 뉴질랜드에 패한 뒤 세 번째 경기에서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대표팀은 이어 열린 미국전에서 4-21로 패해 1승3패를 기록했다. 20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쳤고, 한국이 속한 D조에서는 네덜란드(4승)와 미국(3승1패)이 조 1, 2위로 8강에 올랐다. 한국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는 나란히 1승3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뉴질랜드(46점), 인도네시아(41점), 한국(35점) 순으로 순위가 정해졌다. 이승준이 팀에서 가장 많은 26점을 책임졌고 남궁준수는 5점, 최고봉은 3점, 신윤하는 1점을 보탰다.

3대3 농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FIBA 3대3 월드컵은 2012년 창설돼 올해가 4회째다.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대회에 처음 출전할 정도로 변방에 머물러있었지만 이번에 가능성을 확인했다.

뉴질랜드와 연장 접전 끝에 13-15로 분패했고, 아시아랭킹 3위이자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인도네시아는 뉴질랜드를 15-12로 따돌렸던 팀이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단장을 맡은 김도균 경희대 교수는 “아시안게임 개최국을 이겨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첫 출전인데도 3대3 농구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어갈 토대를 마련했다”고 총평했다.

3대3 농구의 심판 콜 성향을 파악한 것 역시 큰 수확이다. 대표팀 주장 최고봉은 “5대5 농구보다 파울 콜을 잘 안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해보니까 이건 정말 싸움이었다”며 “첫 경기 때는 엉거주춤 ‘양반 농구’를 했는데 다음 경기부터는 ‘코트에서 죽자’라는 마음으로 전쟁처럼 임했다”고 밝혔다. 대회를 마친 뒤 선수들 모두 펑펑 울었다는 최고봉은 “갑자기 관심을 받아 다들 부담도 됐고, 마음고생도 심했다. 우리가 변방이라 그런지 불리한 심판 콜도 많았다”면서 “첫 승을 거두고, 대회를 모두 마치고 여기까지 힘들게 온 것이 떠올라 눈물이 흘렀다. 고생한 선수들과 밤 늦게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승준이 뉴질랜드전에서 점프 슛을 시도하고 있다. FIBA 홈페이지
이승준이 뉴질랜드전에서 점프 슛을 시도하고 있다. FIBA 홈페이지

한국 3대3 농구는 이제 발걸음을 뗀 만큼 아직 갈 길도 멀다. FIBA 세계 랭킹은 181개 팀 중 56위다. 종주국 미국뿐만 아니라 랭킹 1~4위에 나란히 오른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러시아, 폴란드 그리고 가까운 일본(10위)만 해도 연봉을 받고 3대3 농구를 하지만 한국은 저변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부분 동호인 농구 위주다. 대한농구협회의 지원도 사실상 전무했다.

취약한 국내 환경 탓에 태극마크를 단 네 명은 재일동포 정용기씨가 운영하는 ‘WILL’(윌) 소속으로 일본 세미프로리그를 주 활동 무대로 뛰고 있다. 대회 전 전력 분석 역시 이들이 직접 유튜브 영상을 찾아봐서 했고, 연습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군 부대에서 직접 섭외해 진행했다.

협회는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 진입을 계기로 3대3 농구 대표팀에 대한 국제 대회 참가, 훈련 등을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도균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선발”이라며 “정식 대회를 진행할 예산을 편성해 강력한 대표팀 선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FIBA에서도 한국 대표팀이 아시아 맹주이니까 많은 관심을 나타냈고, 지원할 생각도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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