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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계화 난기류와 한국무역의 진로

입력
2017.06.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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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PR전문회사인 에델만(Edelman)이 발표한 ‘2017년 신뢰지표’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28개국 3만3천 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기업·정부·비정부기관(NGOs)ㆍ미디어로 구성된 현 사회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나머지 32%도 ‘의심스럽다’고 답했다. 특히 놀라운 일은 선진국에서 불만의 강도가 더 높다는 점이다. 부의 불평등 심화와 실질임금 정체에 기반한 불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 반대 정서로 이어진다.

신뢰의 붕괴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포퓰리즘적 정치 행태나 자국우선주의로 나타난다. 상호의존이 심화된 지구촌에서 개별국가 입장만 중시하면 세계경제의 주요 엔진인 무역을 훼손할 수 있다. 국제 무역관계가 ‘규범에 기초한 시스템’에서 자칫 ‘협상에 근거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력이 약한 신흥국은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세계화는 세계경제의 성장과 사회 번영에 기여해 왔다. 최근 IMFㆍ세계은행ㆍWTO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무역은 선진국 가계 삶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저소득 가계는 소비지출 부담을 3분의 2나 줄였고, 고소득 가계도 25% 경감시켰다.

세계 경제에 편입된 중국 등 신흥국의 무역 확대와 성장은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그림자도 있었다. 선진국은 고부가 기술 수출을 늘리는 대신 저부가 제품의 경쟁력을 잃었다. 기술 위상에 따라 고용과 소득의 부침이 좌우되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선진국의 일자리 감소 원인을 무역보다는 기술발전과 이에 대응하는 교육혁신 등 적응정책의 부재에서 찾는다.

세계화는 변질될 수 있을까? 세계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거나 일부 산업의 만성적 공급과잉 등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면 세계화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경제성장만큼 무역이 증가하지 않는 ‘무역 정점론’이 부각되어 무역선도 경제성장론이 퇴색할 수 있다.

무역, 투자와 자본 흐름이 모든 국가에게 균등한 혜택을 주지 않았더라도 세계화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기는 쉽지 않다. 지구상 수억 명 인구의 절대빈곤을 퇴치하고 사회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대다수 국가의 무역과 성장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거대한 인구를 가진 신흥국들이 세계무역에 나서면서 내수시장도 더욱 개방되고 있다. 만약 세계 무역이 감소한다면 오히려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켜 중산층 공동화 등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향후 무역환경을 변화시킬 동인은 많다. 세계무역의 중심축은 제조업에서 서비스나 정보통신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생산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참여 기업이나 지역 중심으로 거래가 심화된다. 디지털 경제의 발전에 따라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 국제거래 형태가 변화되며, 점차 투자가 무역거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환경문제가 국제 무역에 연계되어 기업에 새로운 부담이다. 이처럼 세계 무역여건은 점차 복잡해지고 불확실해 진다.

정부는 세계화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려는 국제정책공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지역별ㆍ분야별 협상에도 참여해 채널을 다원화하고 다자간 규범과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내 제도나 정책 가운데 국제 무역에서 공정 경쟁을 저해할 요인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선진화해야 한다. 대외무역을 지원하는 공공시스템도 국제여건에 맞게 재정비할 때이다.

기업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서둘러야 한다. 범용 제품은 가격경쟁력 극대화만이 최선의 길이다.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경쟁은 심화되고 무역장벽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무역거래선 다변화로 특정국과의 무역긴밀도를 낮추고, 기업간 국제가치사슬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간 갈등이나 세계경기 침체 등 환경 변화에 적응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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