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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답지 못한 직업? 편견에 시달리는 초등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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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답지 못한 직업? 편견에 시달리는 초등 교단

입력
2018.03.22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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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진학 자체 꺼리고

임용시험 경쟁서도 밀려

교대 입학 남학생 31% 불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임용시험 스터디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남자 교대생 두 명을 받으면 둘이 PC방에 가버리기 때문에 한 명만 받는다’더라고요.” 신입교사 김승훈(24ㆍ가명)씨는 교대 재학시절 겪은 소수자로서의 설움을 기억한다. 그 역시 열심히 공부해 입학했지만 내부에선 남자라는 이유로 ‘성비 할당으로 쉽게 들어온 애’로 찍혔다고 한다. 김씨는 21일 “교사가 된 이후에도 교대에서처럼 소수로 살아야 할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초등 교원의 극심한 성비불균형은 첫 관문인 교대에서 시작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대학 입학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교대에 입학한 학생 3,868명 중 남학생은 1,198명으로 31.0%였다. 이 같은 불균형은 약 40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1980년대부터 각 교대가 남학생을 최소 25~40% 이상 선발하도록 기준을 두면서 일정 성비만 유지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학생들은 교대 진학을 결정하기 전부터 고민에 부딪힌다고 토로한다. 진학 자체가 어려운 것은 물론 어렵게 입학해도 임용시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등 교원 임용시험 여성 합격률은 90%에 육박했다. 교대 2학년인 이승윤(21ㆍ가명)씨는 “고교시절 ‘교대에 가면 입학부터 졸업까지 남학생들이 (성적)바닥을 깐다’는 얘기를 듣고 진학을 포기한 친구도 있었다”며 “같은 교대에서도 남자 선배들은 처음부터 경쟁이 덜한 지역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남교사 할당제 주장 나오지만

교육의 질 하락 가능성 우려

직업 안정성이 중요해지는 현실에서 남학생들이 지원이 크게 늘어날 법하지만, 남교사는 야심이 적거나 ‘남자답지’ 못한 직업이라는 편견이 여전해 변화는 크지 않다. 교사 김씨는 “중ㆍ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면 ‘거기서 1더하기 1이나 가르치는 것 아니냐’ 는 말을 듣는다”며 “장난처럼 건네는 말 같아도 초등 교사가 쉽고 편한 일이라는 편견이 깔린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적은 것도 남학생들의 지원이 저조한 이유다. 현직 초등교사인 손형국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는 “교사는 10년차가 다 되어야 대기업 대리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데다 승진해 명예를 얻을 길도 적어 결혼 상대로도 인기가 없다”며 “고교시절 비슷한 성적을 받았던 친구들이 몇 년 후 일반 기업체에서 승승장구할텐데 이를 알고도 교사가 되길 희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직을 희망하는 남성 자체가 적은 현실에서 초등교원 성비 불균형 해소방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남교사 할당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공무원시험의 ‘양성평등채용목표제’처럼 임용시험에도 합격자 중 한쪽 성이 특정 기준 미만이면 추가 임용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는 “제도를 도입하면 남교원 수는 물리적으로 늘어나겠지만 더 우수한 성적을 받은 여성 대신 그렇지 못한 남성을 선발하면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성비 불균형 해소의 근본 목적이 ‘양질의 교육 제공’인 만큼 우수한 남성들이 교직에 자원할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교수는 “교직은 여성의 일이라는 편견이 없어지고 처우가 좋아진다면 남학생들의 지원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교원들의 교육방식 개발을 지원해 전문직으로서 교사의 장점과 지위를 개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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