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

등록 : 2017.01.13 18:19
수정 : 2017.01.13 18:19

[사실은] 유엔 신임총장이 반기문 출마 반대? 안희정ㆍ정청래도 낚인 가짜뉴스

등록 : 2017.01.13 18:19
수정 : 2017.01.13 18:19

반기문(왼쪽)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토니우 구테헤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 신화 연합뉴스

지난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후보 자격에 대한 논쟁이 거센 가운데 반 전 총장의 후임인 안토니우 구테헤스 신임 총장이 유엔 결의 위반을 들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고 있다는 허위 기사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심지어 야권 정치인들마저 이런 ‘가짜 뉴스’에 속아 검증 없이 인용하면서 혼란을 빚는 모습이다.

지난 7일 한 인터넷 매체는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UN 출마 제동 가능’”이란 기사를 올렸다.

애초 기사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구테헤스 총장이 반 전 총장의 한국 대통령 출마에 유엔법 위반을 들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했다”고 확실한 사실인 것처럼 쓰여 있었으나, 현재는 “원칙주의자인 그가 반 전 총장의 대선출마로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변경돼 있다. 또한 “반 전 총장이 퇴임 직후에 바로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 이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되고, 북한에 대한 대북 제제도 강제할 수 없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구테흐스 신임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유엔 역시 공식적으로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힌 바 없다.

지난 7일 한 언론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 신임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유엔법 위반이기에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 근거로 제시되는 1946년 1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약정은 강제성이 없는 규정이기에 대통령직 출마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같은 결의사항이 강제성과 구속력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 다만 역대 사무총장들은 총장직을 퇴임한 직후 특정 정부의 직책을 맡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퇴임 직후 정부의 직 도전을 금지한 유엔 약정을 위반하는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

이 ‘가짜뉴스’는 지난해 말부터 포털 사이트 카페 등에 올라오기 시작한 “UN본부 새 총장 반기문 출마 제동 움직임”과 내용이 유사하다. 이 게시글은 다양한 색상을 사용한 폰트, 종결 어미 없는 문장 등으로 신뢰성이 떨어져 보였으나, 기사체로 바뀌자 진짜 기사로 오인돼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퍼졌다. 현재 이 기사는 5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화동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고영권기자

정치인들도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2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 유엔 사무총장이) 반 전 총장이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유엔 정신과 협약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면서 “반 전 총장은 대통령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안 지사 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기초한 발언”이라며 발언을 정정해야 했다.

12일 오후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트위터에 게시한 트윗. 역시 ‘가짜뉴스’기사를 인용했다. 트위터 캡쳐

같은 날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가짜뉴스를 인용해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를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1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해당 기사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의 일갈”이라며 “반기문의 대선출마는 유엔결의 위반이고 그의 출마를 반대한다”고 썼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가짜뉴스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의 버즈피드는 미국 대선 전 3개월간 인터넷상에서 공유된 가짜뉴스가 870만건으로, 진짜 뉴스 공유횟수 736만건이나 많았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다’는 가짜뉴스를 믿은 남성이 조직의 근거지로 지목된 피자가게에 총을 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조기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이번 사례처럼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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