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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년세대와 ‘쯧쯧세대’

입력
2018.02.08 15: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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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늘 마음이 불편하다. 취업 때문에 졸업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려고 몇 년을 유예했던 졸업일 텐데, 마지못해 사회로 떠밀리듯 내몰리는 청년들을 대하려니 곤혹스럽다. 대학을 나와도 번듯한 일자리 하나 얻을 수 없는 이 사회는 기성세대인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년세대를 제멋대로 규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자기 이익만을 고집하는, 대의(大義)나 희생은 외면하는 철부지 세대로 몰아붙이기 일쑤였다. 86세대인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업보다 평가에만 연연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심사가 뒤틀리곤 했다.

출석 부르기를 건너뛰면 자신의 성실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나는, 왜 성실함을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가, 대학생이면 그건 스스로 평가하라고 야단쳤다. 토론 위주 수업을 할라치면 ‘말빨’ 센 몇 명만을 위한 수업이라고 또 불평했다. 그럼 너도 네 얘기를 하던가, 속으로 말을 삼켰다. 팀 과제 비중이 높으면 수강을 변경하는 모습도 당혹스러웠다. 프리라이더가 많고 한두 명이 희생할 수밖에 없는데 동일한 성적을 받아야 하니 ‘팀플’은 불공정하다고 했다. 드러내진 않았지만, 소통과 협업을 이해 못하는 철부지들을 어찌할꼬...한탄했다.

시험 후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성적확인 메일도 불편했다. 읍소형에서 공격형까지 다양하지만, 자신의 성적은 노력에 비해 늘 턱없이 부족하다고 믿는 듯했다. 좀 나은 성적을 받은 동료에겐 “어떻게 걔가?”라며 의심하는 눈치였다. 그때마다, 그럼 평소에 공부를 더 하든가, 너보다 더 열심히 한 사람 많거든, 따위의 생각이 들었다.

평창 올림픽 단일팀을 두고 젊은 선수들의 문제제기와 이를 편들던 2030세대를 보면서는 대의와 올림픽 정신을 저버리는 모습에 혀를 찼다. 이병철 시인의 글이 아니었다면 나의 근거 없는 낙인은 계속됐을 게다. 시인은 1분이라도 더 출전하는 것, 서로 맞춘 플레이를 멋지게 선보이려는 의지, 결과보다는 과정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선수들의 대의이자 명분이라고 했다. 결혼이나 출산은 포기한 지 오래고 경쟁과 노력만을 강요당한 청년세대는, 출전시간이 줄고 피멍 들어가며 숙달한 전술을 다시 익혀야 하는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과 자신을 동일시했다고도 했다(경향신문, 2월3일자).

이들의 동조가 정당한 열심에 합당한 보상을 주지 못하는 이 사회의 불공정을 겨냥한 것이란 걸 나는 뒤늦게 알았다. 올림픽 정신이라면, 선수들은 이미 빙판에서 땀으로 체득했을 터다. 메달권 운운하는 관료나 올림픽을 정치로 소비하는 정치인은 감히 닿을 수 없거니와 안타까울 정도의 인식 수준을 보유한 기성세대는 그래서 ‘쯧쯧세대’다.

곰곰 생각하니 내 학생들도 그러했다. 출석점검 요청은 아무리 ‘노오력’해도 정당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으니 공정한 평가에 성의를 보여 달라는 주문이었다. 팀플에 대한 불신도 형식적 프로젝트와 결과물에 대한 부실한 피드백 때문이었다. 확신컨대, 내용이 잘 짜이고 피드백도 충실했다면, 무임승차는커녕 더 가열하게 참여했을 이들이다. 토론 수업 문제 역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토록 유도하고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며 더 풍요로운 토론으로 이끌지 못한 나의 역량 부족이 더 문제였다. 상대평가의 한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크게 배워야 하는 대학에는 맞지 않는다. 내 학생들은 ‘최소의 공정한 룰’을 조금 서툴게 요구한 것뿐이었다. 청년세대를 이기적 철부지세대로 싸잡는 것은 쯧쯧세대의 꼰대 기질에서 비롯된 오류다. 촛불의 주역인 이들을 탈정치화한 세대로 잘못 분석한 전과(?)까지 고려하면 우리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부탁도 거둬야 할 것 같다. 사실 공정사회를 만드는 데 정진해 달라는 주문이 ‘갑툭튀’할 뻔했다. 그 계몽주의적 낡은 타성이 참담하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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