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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내홍, 야당은 결집… 흔들리는 英 메이의 ‘하드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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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내홍, 야당은 결집… 흔들리는 英 메이의 ‘하드 브렉시트’

입력
2017.06.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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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지지자 60% 사퇴 요구

극보수 정당 DUP와 연정 의구심

야당들 코빈 중심 정권교체 노려

하드 브렉시트 노선 수정 불가피

2016년 7월 25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만난 테리사 메이(오른쪽) 영국 총리와 알린 포스터 민주연합당(DUP) 대표. 벨파스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7월 25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만난 테리사 메이(오른쪽) 영국 총리와 알린 포스터 민주연합당(DUP) 대표. 벨파스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진행을 앞두고 조기 총선으로 권력 결집을 노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히려 참패를 겪으면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총리 교체론이 일고 있고 연정 파트너로 떠오른 민주통합당(DUP)과의 협상도 갈 길이 멀다. 메이 총리가 추구하던 ‘하드(강경) 브렉시트’의 결행은 불투명해졌고 제1야당인 노동당은 제러미 코빈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며 정권교체를 노리기 시작했다.

집권당인 보수당 내에서부터 메이 총리 교체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이 총리의 최측근인 닉 티모시ㆍ피오나 힐 공동비서실장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들이 물러난 것은 메이 총리에 대한 당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자구책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지지자 1,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60%가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전했으며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보수당 원로들이 메이 총리를 6개월 내 교체하기로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한 보수당 의원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유럽에 “측근 둘을 내보내는 것만으로 당내 불만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올 여름 안에 사퇴든 합의든 결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연정 파트너로 지목한 10석짜리 북아일랜드 지역정당 DUP도 만만치 않다. 총리실은 10일 보수당과 DUP가 ‘신임과 공급(DUP가 내각 신임을 유지하는 대신 보수당이 DUP의 정책을 공동 추진하는 협약)’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알린 포스터 DUP대표는 “세부 합의 조정을 위해 다음주까지 협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부정했다. 총리실은 뒤늦게 “최종 합의는 완료되지 않았다”는 수정된 성명을 내야 했다. DUP가 연정에 합의한다면 메이 총리는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역으로 소수정당인 DUP에 휘둘린 셈이다. 보수당 내에서도 사회적 진보주의 성향 의원들은 성소수자 인권과 낙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극보수 성향 DUP와의 연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추진해 온 ‘하드 브렉시트’ 노선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조기총선을 통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쥐고 브렉시트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려던 시나리오가 어그러졌다. 더구나 메이 총리는 “EU가 영국 총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반 브뤼셀’ 선거운동을 벌인 터라 입장이 더 곤란해졌다. 이를 노린 듯 EU는 메이 총리를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압박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일 “우리는 브렉시트 협상 준비를 마쳤다”고 공개 발언했다. 메이 총리는 일단 이날 메르켈 총리와 통화해 “예정대로 19일부터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 초만 해도 내분에 시달리던 제1야당 노동당이 조기 총선을 계기로 결집한 것도 메이 총리에겐 타격이다. 가난과 불평등에 대항해 반 긴축ㆍ복지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제러미 코빈 대표는 18~24세 유권자를 대거 투표장으로 불러들이며 노동당 의석을 이전보다 30석 늘리고 전체 득표율도 10%가까이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급진좌파 성향이 강한 코빈 대표의 집권 가능성을 의심하던 중도 성향 정치인들도 코빈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정권 교체를 노릴 조짐이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샌드부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숨은 민심은 브렉시트가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반면 코빈 대표는 이를 정확히 상기하고 행동했다”고 평가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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