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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개·고양이 무료 중성화하는 병원 첫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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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개·고양이 무료 중성화하는 병원 첫 설립

입력
2017.04.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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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제로’ 위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 마련

네코켄 병원은 일본 최초로 모든 개와 고양이에게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한다. 네코켄 홈페이지
네코켄 병원은 일본 최초로 모든 개와 고양이에게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한다. 네코켄 홈페이지

‘살처분 0건∙길고양이 0마리’란 대담한 목표를 안고 개와 고양이 모두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병원이 최근 일본에 설립됐습니다.

일본의 반려동물 전문 포털 ‘시포’에 따르면 지난 15일 일본에서 처음으로 도쿄 스기나미구에 무료 중성화 수술을 하는 ‘네코켄’ 동물병원이 개원했습니다. 고양이 보호활동을 하는 일본 비영리단체 네코켄이 지난 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은 885만엔(약 9,055만원)을 기반으로 만든 건데요. 이 펀딩에만 560명이 뜻을 모아 목표 금액인 500만 엔(한화 약 5,116만 원)을 훨씬 넘었다고 해요. 병원은 길고양이나 유기동물뿐 아니라 반려동물까지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할 예정입니다.

개와 고양이에게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제공하는 병원 설립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560명이 참여해 한화 약 9,055만 원을 모았다. 에이포트 홈페이지 캡처
개와 고양이에게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제공하는 병원 설립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560명이 참여해 한화 약 9,055만 원을 모았다. 에이포트 홈페이지 캡처

병원은 동물의 중성화 수술이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개와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대량으로 번식하면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근친교배 탓에 장애를 가진 동물들이 태어나기도 하고, 교통사고로 죽고 다치거나 사람들로부터 학대를 받는 경우도 생깁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길 위의 개와 고양이에 대한 살처분으로 이어집니다.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살처분된 고양이는 6만 7,091마리, 개는 5,811마리에 달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반려동물의 경우에도 문제도 발생합니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으면서 개체 수가 늘어나고 이는 유기동물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선 반려묘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사육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는데 중성화를 시키지 않으면 그 수는 금방 늘어나게 됩니다.

일본에선 반려묘 집단 사육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한 고양이들 사이에서 근친교배로 인해 장애묘가 태어나기도 한다. 네코켄 홈페이지
일본에선 반려묘 집단 사육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한 고양이들 사이에서 근친교배로 인해 장애묘가 태어나기도 한다. 네코켄 홈페이지

네코켄의 이사장 미조가미 나오코 씨는 지난 해 1월 다수의 고양이를 함께 키우면서 관리를 하지 못한 사례를 직접 목격한 뒤 병원 설립을 결심했습니다. 한 노인 남성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방치된 빈집에서 반려묘 49마리가 발견됐는데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굶주리거나 한쪽 눈이 없는 등 근친교배로 인한 장애를 갖고 있었습니다. "수술비용을 지불 할 수 없어 중성화 수술을 포기했다"는 노인의 말에 미조가미 씨는 "돈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긴급 상황에 의지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코켄은 이미 지난 해 길고양이 2,000마리를 중성화 수술해 지역에 돌려보내거나 새로운 주인을 찾아 주었습니다. 이제는 새로 개원한 병원에서 무료 중성화 수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는데요. 네코켄과 뜻을 함께한 스기나미 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분원 건물 안에 수술 장소를 내줬고, 크라우드 펀딩 모금액으로 의료설비를 마련했습니다. 수의사 인건비는 미조가미 씨가 운영하는 반려동물용품 쇼핑몰의 수익금으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고양이 구호단체 네코켄의 이사장 미조가미 씨는 "약한 생명의 입장을 헤아리고 생명의 가치를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포 홈페이지 캡처
고양이 구호단체 네코켄의 이사장 미조가미 씨는 "약한 생명의 입장을 헤아리고 생명의 가치를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포 홈페이지 캡처

미조가미 씨는“안일한 마음가짐으로 동물을 키우다가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약한 생명의 입장을 헤아리고 생명이라는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최초로 개와 고양이를 무료로 중성화 수술해주는 네코켄의 새로운 시도는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 병원을 시작으로 무료 병원이 늘어나 살처분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t@naver.com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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