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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보수 언론의 거짓된 선동이 브렉시트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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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보수 언론의 거짓된 선동이 브렉시트 불렀다”

입력
2016.06.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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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포 CNN 수석 국제특파원 탄식

“탈퇴파 거짓 그대로 써 공포 확산”

플래처 英 타임스 前 특파원

“존슨, 기자 시절부터 EU 비판”

브렉시트 투표 직전 영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이민문제를 연일 강조하며 유권자들에게 이민자에 대한 공포를 심었다. 알자지라 캡처
브렉시트 투표 직전 영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이민문제를 연일 강조하며 유권자들에게 이민자에 대한 공포를 심었다. 알자지라 캡처

동유럽과 중동 등의 분쟁지역을 종횡무진한 미국의 대표적 국제전문기자 크리스티안 아만포 CNN 수석 국제특파원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보도한 영국 언론을 향해 “진실을 거부하고 거짓 중립성을 내세웠다”며 장탄식을 쏟아 냈다. 영국의 탈퇴파 정치인들이 가짜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기만하는데도 탈퇴를 지지하는 보수 매체들이 이를 검증하지 않고 도리어 확대 재생산했다는 것이다.

아만포 수석특파원은 29일(현지시간) CNN홈페이지에 올린 ‘브렉시트: 진실, 신화, 매체의 중립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브렉시트 진영의 잘못된 행동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EU로 향하는 막대한 분담금 3억5,000만파운드를 국가보건서비스(NHS)에 사용하고 이민자 유입을 통제할 수 있다는 탈퇴 진영의 주장을 대표적인 거짓 공약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블로이드지인 더 선과 일간 메일ㆍ익스프레스 등의 탈퇴 지지 성향 보수지들이 탈퇴 진영의 거짓 공약을 그대로 보도해 공포를 확산했다고 비판했다.

아만포 수석특파원은 1992~95년 보스니아 전쟁을 취재하면서 무슬림을 향한 일방적 학살이 진행되고 있다는 ‘진실 보도’를 했다가 무슬림에 지나치게 온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과거까지 거론하며 격정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보스니아에서 배운 것은 무엇보다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객관성이며, 그저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하는 데 매달리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보도에도 진실을 대변하는 언론이 탈퇴 진영의 거짓 공약을 비판하고 잔류의 손을 들어 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만포의 지적에 다른 영미 언론 기자들도 가세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마틴 플레처 전 특파원은 “영국 언론은 자신들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했던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된 선전선동에 동참했다”며 “영국 저널리즘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탈퇴 진영의 거두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과거 일간 텔레그래프의 브뤼셀 특파원으로 근무한 시절 EU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의 EU 비판 프레임이 성공을 거두자 모든 언론이 그의 논조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브렉시트로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기자 출신인 존슨은 당시 인용 조작 사건으로 더 타임스에서 해고된 경험도 있다.

영국 주간지 뉴 스테이츠맨의 아누시 채컬리언 인터넷판 부편집장은 영국 언론의 이민 관련 보도를 비판했다. 그는 “조 콕스 하원의원의 사망 후 모든 영국인이 다툼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더 선’은 여전히 ‘이민(Immigration)’이란 단어를 두 페이지에 걸쳐 세 번 반복 인쇄하는 공포 마케팅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지적은 결과론이란 비판도 없지는 않다. 런던정경대 저널리즘연구소의 찰리 베켓 소장은 “매체는 충분한 진실검증 보도를 제시했다. 문제는 독자들이 읽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선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유권자들의 브렉시트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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