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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박유천의 난공불락 팬덤은 어떻게 깨졌나

입력
2016.06.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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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로 고소 당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지난 20일 매니저들에게 둘러싸여 공익 근무 중인 서울 강남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폭행 혐의로 고소 당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지난 20일 매니저들에게 둘러싸여 공익 근무 중인 서울 강남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끔 탈도 났으면 좋겠다. 너무 깔끔하고 착한 이미지로 사는 것은 재미 없다.”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는 남성그룹 JYJ의 멤버 박유천(30)은 2014년 8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일탈'을 이야기했다.(▶관련기사 보기) 삶의 변화를 원했던 그의 고백이 2년 후 자신을 때리는 부메랑이 됐다.

지금 그는 단순 일탈을 넘어선 성폭행이라는 범죄 혐의로 자칫하면 연예 생활을 그만둬야 할 위기에 놓였다. 그것도 피해자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박유천은 두 번째 피해자가 나오자 “조사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은퇴하겠다”며 강력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세 번째, 네 번째 피해자 등장 이후 경찰은 12명의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스타 박유천의 팬덤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JYJ의 인터넷 팬클럽은 지난 17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박유천을 지탄한다”며 “앞으로 그와 관련된 모든 활동이나 콘텐츠를 철저히 배척할 것”이라고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관련기사 보기)

어지간해서 아이돌 스타를 떠나지 않는 팬클럽들의 성향에 비춰 볼 때 이 같은 공개적인 지지철회 선언은 의외다. 특히 박유천의 팬들은 과거 소속사와 불공정 계약 분쟁이 불거졌을 때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태며 팬 이상의 의리를 보일 정도로 관계가 끈끈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맹목적 사랑을 보여준 골수 팬들마저 등을 돌렸다. 박유천의 13년 연예 생활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진짜 '동방의 신'이 된 동방신기

13세때 미국에 건너간 박유천은 2001년 미주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SM엔터테인먼트의러브콜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 돌아온 그는 1년간 연습을 거쳐 2004년 남성그룹 동방신기 소속으로 데뷔했다.

동방신기는 등장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준수한 외모의 이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갈고 닦은 실력으로 1990년대 1세대 아이돌을 능가할 만큼 빠르게 팬덤을 형성했다.

시기도 좋았다. 2000년대 초반 발라드가 유행하며 아이돌그룹들이 침체기를 맞는 바람에 10대 소녀들은 마땅히 마음을 줄 아이돌그룹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실력파 동방신기의 등장은 2세대 아이돌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동방신기는 팬이 급격히 불어 나면서 2008년 80만명이 넘는 공식 팬클럽 회원 수로 기네스북에 오르며 이름처럼 ‘동방의 신’이 됐다. 일본 진출에도 성공해 2008~2010년 일본의 노래 순위를 집계하는 오리콘 싱글 위클리차트에서 8회 연속 1위에 올랐다. 일본에 진출한 해외 아티스트로는 처음 세운 기록이다.

박유천은 성공적인 연예 활동에 힘입어 사업에도 눈을 돌렸다. 2009년 동방신기 멤버였던 김준수, 김재중과 함께 태반을 원료로 만드는 기능성 화장품 회사 끄레뷰믹을 설립했다. 그는 서울 논현동의 한 오피스텔에 끄레뷰믹 매장도 꾸리고 어머니에게 운영을 맡겼다.

그러나 이 사업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업 때문에 연예활동에 소홀해지는 것을 우려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갈등을 빚었다. 이렇게 시작된 갈등은 연예 활동의 수익 배분과 계약 기간 문제로 확대되며 악화됐다.

세 사람은 군 복무를 포함해 15년 이상 장기 계약은 '노예 계약'이라고 반발했다. 또 앨범 판매량에 따라 1인당 0.4~1% 가량 돌아가는 수익 배분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박유천은 김준수, 김재중과 함께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 측이 반박자료로 맞불을 놓으면서 지지부진한 공방이 3년간 이어졌다.

'착한 남자' 박유천

결국 김준수 김재중과 함께 2010년 SM엔터테인먼트를 뛰쳐 나온 박유천은 JYJ를 결성했다.하지만 방송 출연이나 음원 유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연예업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JYJ의 활동에 제약을 가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이때 어려움을 겪는 JYJ를 지탱해 준 것이 다름 아닌 팬들이었다.

팬들은 JYJ의 지상파 방송 출연을 위해 1억6,00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팬들은 이 돈으로지하철, 버스 광고를 제작하고 지상파 입성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덕분에 JYJ는 2011년 9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식 무대에 오르며 KBS에 출연했다. 팬들의 이 같은 지지와 활동은 지난해 부당한 방송출연 금지를 막는 방송법 개정안, 이른바 ‘JYJ법’의 국회 통과로 이어졌다.

배우 박유천은 각종 드라마에서 주로 곧고 착한 이미지를 가진 역할을 맡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우 박유천은 각종 드라마에서 주로 곧고 착한 이미지를 가진 역할을 맡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 사이 박유천은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꿈꿔왔던 연기에 도전했다. 2010년 8월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배우가 됐다. 그는 이 작품으로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배우로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SBS ‘옥탑방 왕세자’, ‘냄새를 보는 소녀’ 등 일련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품행이 바른 ‘착한 남자’ 역할을 도맡았다.

연예계에서는 그가 드라마 속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성실하고 겸손하다고 말한다.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는 촬영 당시 “박유천은 신인의 마음으로 모든 사람의 조언을 겸손하게 받아 들인다”고 호평했다. 영화 ‘해무’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김윤석은 “액션 장면에서 부상을 입었는데 한 번도 아프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멍이 들고 피까지 났길래 깜짝 놀랐다”고 그의 뚝심을 칭찬했다.

심성보 감독의 영화 ‘해무’는 박유천을 ‘연기도 잘하는 가수’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그는 이 영화의 순박한 막내 선원 역할로 지난해 각종 영화관련 시상식에서 9개의 상을 받았다. 이후 천식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그는 지난해 8월 입대해 서울 강남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그동안 크고 작은 논란에도 견고한 팬덤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팬들마저 등을 돌렸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그동안 크고 작은 논란에도 견고한 팬덤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팬들마저 등을 돌렸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성추문 '주홍글씨' 지울 수 있나

지난 13년간 박유천은 견고한 팬들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했다. 2012년 팬 폭행 및 폭언 논란이 일어났을 때에도 팬들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박유천과 김재중이 팬에게 욕하고 뺨을 때렸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박유천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8년간 사생팬에게 끊임없이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바람에 팬들은 폭언 의혹을 입증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됐는데도 불구하고 박유천이 아닌 사생팬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번에 터진 성폭행 논란은 달랐다. 박유천이 군 복무 중 생일 파티를 즐기기 위해접대 여성이 나오는 유흥업소인 텐카페에 출입했다는 사실부터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런데 당시 박유천의 지인은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박유천과 지인들이 동네 야외주점에서 술을 마시며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이를 두고 팬들은 텐카페에 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사진을 올렸다며 분노하고 있다.(▶관련기사 보기)

이처럼 팬들마저 철저하게 등을 돌린 만큼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박유천의 연예계 복귀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팬들은 그가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 해도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 때문에 팬심에 충분히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따라서 박유천의 팬들은 그에게 이미 보이지 않는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은 셈이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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