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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예정대로라면 24만명 고용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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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예정대로라면 24만명 고용 충격”

입력
2018.06.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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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단순노동 일자리 줄고, 하위 30% 임금 같아져 근로의욕 위축

올해 대폭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는 크지 않아

국책연구기관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 동참

최저임금의 임금중간값 대비 비율. 한국개발연구원
최저임금의 임금중간값 대비 비율. 한국개발연구원

올해 역대급으로 오른 최저임금이 고용 감소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지만 2020년까지 1만원으로 급격히 오를 경우 24만명의 고용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용감소폭이 커지고 임금질서마저 교란돼 고용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과 고용감소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온 첫 영향 평가 보고서인만큼 최저임금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은 4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내외 사례를 보더라도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사업주가 고용감축이나 사업중단 대신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개별 기업은 임금이 오를 경우 가격인상이 여의지 않아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용을 줄이지만, 최저임금은 경제 내 모든 임금이 동시에 동등하게 상승해 경쟁 우려 없이 가격을 인상할 수 있어 고용감소폭이 작다는 얘기다. 우라 나라 최저임금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84%가 인상됐는데, 이런 배경으로 고용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게 최 위원의 결과다.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역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올해 16.4%라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에 직격탄이 됐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2~4월 중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 동월보다 10만여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임금근로자에서 증가폭이 1월 32만명에서 4월 14만명으로 18만명 축소되면서 최저임금 인상 외엔 달리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아니라고 최 위원은 강조했다. 2017년 연평균 취업자 증가폭 26만에 비해 올해 1월 증가폭이 예외적으로 많았고, 인구증가폭이 작년보다 8만명 축소돼 임금근로자 증가를 약 5만명 감소시킨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저임금의 영향이라면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15~24세, 50대 여성, 고령층에서 고용감소가 커야 하지만 같은 기간 이 연령대의 고용감소폭은 크지 않았다고 최 위원은 강조했다. 15~24세 남녀 중 임금근로자 비율은 4월 기준 24.7%로 1년 전(26.3%)보다 1.6%포인트 하락했으나 “인구감소 등의 요인을 제하면 최저임금 영향은 작다”고 최 위원은 주장했다. 50대 여성 중 임금근로자 비율은 오히려 같은 기간 43.3%에서 0.7%포인트 상승한 44%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위원은 다만 미국과 헝가리 등의 최저임금 인상 사례를 통해 분석한 결과,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소 3만6,000명에서 최대 8만4,000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추산했다. 그는 “4월가지의 고용동향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감소 효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정부가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의 효과 때문인지, 최저임금의 효과가 실제보다 작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려면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15% 안팎이 오른다는 데 있다. 최 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예정된 수순으로 인상되면 최저임금 인근에 밀집한 임금근로자 비중이 올해 17%에서 2019년 19%, 2020년 28%까지 각각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이 결과 고용 감소 영향은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이 감소한다는 게 최 위원의 계산이다. 향후 2년 동안 24만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용감소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임금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 서비스업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 단순기능 근로자의 취업이 어려워진다. 또 하위 약 30%의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게 돼 경력에 따른 임금상승이 사라져 근로자의 지위상승 욕구가 약화된다. 최저임금 인상 안착을 위한 정부재정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는 프랑스에서 나타난 결과다. 프랑스는 이런 영향을 우려해 2005년 최저임금이 임금중간값 60%에 도달한 이후 추가 인상을 멈췄다. 이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임금중간값(1만3,582원) 대비 최저임금은 55%다. 예정대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5.3% 인상하고 시간당 임금중간값 증가율을 3.5%로 가정할 경우 이 비율은 61%에 이른다. 2020년 같은 방식으로 하면 68%까지 치솟는다. 최 위원은 “우리나라도 프랑스같이 60%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지는 정확하지 않고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향후 급속한 인상이 계속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는 만큼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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