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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엔 와규... '오모테나시' 준비하는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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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엔 와규... '오모테나시' 준비하는 아베

입력
2017.11.02 17: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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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시내서 철판구이 비공식 만찬

日언론 “두 정상 4차례 식사 계획”

오바마 땐 스시 대접으로 주목

스킨십 과시 위한 외교 의전 관행

1만8000명 경비 인력 동원

2일 이방카 도착 땐 여성기동부대

아베 신조 총리가 1일 도쿄에서 열린 특별국회에 참석했다. 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가 1일 도쿄에서 열린 특별국회에 참석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을 앞두고 첫 방문지(5일~7일)인 일본의 ‘오모테나시 외교’(お持て成しㆍ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문화)에 벌써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대의 환심을 사 외교 성과를 끌어내려는 일본 특유의 의전관행은 예로부터 유명하다. ‘트럼프와 언제든 전화통화가 가능한 지도자’를 내세워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공식만찬과 별도로 도쿄(東京)의 와규(和牛ㆍ일본식 고급 소고기) 음식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녁을 함께하는 독특한 일정을 준비 중이다.

2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5일 트럼프 도착 당일 도쿄시내 ‘뎃판야키’(철판구이)전문점에서 소수만 함께하는 비공식 저녁자리가 마련된다. 와규와 전복철판구이가 유명한 고급음식점에서 두 정상간 개인적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메뉴를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기름기가 많은 거대한 미국식 스테이크와 달리 와규스테키(일본식 발음)는 고추냉이(와사비)향이 가미돼 입속에서 단숨에 녹아 내린다. 일본의 맛을 트럼프의 기억에 되도록 오래도록 남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14년 4월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도쿄 긴자(銀座)의 스시명인이 운영하는 ‘스키야바시지로’로 안내했다. 자리가 10석밖에 없고 1인분이 3만엔부터 시작되는 가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넥타이를 풀고 아베 총리와 카운터에 나란히 앉은 사진은 굳건한 미일관계를 세계에 증명하는 강력한 도구가 됐다.

2014년 4월 일본 도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긴자의 유명 스시가게 ‘스키야바시지로’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술잔을 나누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2014년 4월 일본 도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긴자의 유명 스시가게 ‘스키야바시지로’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술잔을 나누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총리들은 동양적 전통미를 정상외교의 무기로 활용하는데 탁월하다. 이른바 ‘료칸(旅館ㆍ온천여관) 외교’로도 불린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15일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시의 료칸 오타니(大谷)산장에서 러일정상회담 전날 일정을 소화했다. 약속 시간을 안 지키는 기싸움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때도 늦게 출국해 아베 총리가 온천 앞에서 5시간을 ‘극진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연출하게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방일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는 규슈의 온천호텔 하쿠스이칸(白水館)에서 노 대통령의 잠자리를 챙겨주기도 했다. 2002년 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방일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도쿄 니시아자부주반(西麻布十番)의 이자카야식 레스토랑 ‘곤파치’에서 비공식 만찬을 했다. 두 정상이 2층 복도 난간에서 아래층 손님들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이 곳은 후에 영화 ‘킬빌’의 결투장면 촬영에 사용된 세트의 모티브가 되면서 관광명소가 됐다.

트럼프의 방일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다. 두 정상은 5일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고에(川越)시에 있는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세계 랭킹 4위의 마쓰야마 히데키 선수가 동반한 가운데 ‘골프 밀월’에 나선다. 6일엔 고쿄(皇居ㆍ일왕의 거처)에서 일왕 부부와 회견을 가진 뒤 게힌칸(迎賓館)으로 이동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저녁 만찬엔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인 아라벨라가 좋아하는 일본 개그맨 피코 타로도 참석한다.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4차례나 함께 식사를 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 방일에는 최근 20년간 최대 규모인 1만8,000명의 경비인력이 동원된다. 경시청은 무장한 긴급시초동대응부대(ERT)는 물론 소형 무인기(드론) 공격을 대형 드론으로 저지하는 무인항공기 대처부대(IDT)도 배치한다. 특히 2일 일본에 도착한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의 인접경호를 위해 수십명의 여성기동부대가 편성됐다. 패션리더로 알려진 이방카의 행선지에는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소프트 경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1일 고쿄가이엔(궁정 정원)에서 꽃다발을 주려고 달려드는 여성을 부드럽게 제지하는 가상훈련이 진행됐다. 이방카는 4일 긴자에서 쇼핑하는 일정이 예상된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과거 유엔총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강제노역·현대판 노예·인신매매 종식에 대한 한 회의에서 발표하는 모습. 유엔본부(뉴욕)=AP 연합뉴스
과거 유엔총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강제노역·현대판 노예·인신매매 종식에 대한 한 회의에서 발표하는 모습. 유엔본부(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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