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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포토라인

입력
2017.03.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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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30분 출석하기로 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현관 바닥에는 노란색 테이프로 삼각형이 만들어져 있다. 한 변의 길이가 70㎝ 정도 되는 이 삼각형은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함께 설치한 것으로 청사에 출두하는 인사가 잠깐 멈춰 서서 사진 취재에 응하고 심경을 밝히는 곳이다. 삼각형 옆으로는 길게 선이 처져 있는데 기자들은 이 선을 넘지 않고 촬영해야 한다. 과열 취재와 그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한 이 선을 포토라인이라고 한다.

▦ 포토라인은 1993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검찰에 나왔다가 언론사 카메라에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린 것 등을 계기로 도입됐으니 질서 유지 목적이 크다. 그러나 그런 의도와 별개로, 누구든 포토라인에 서면 심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카메라 플래시가 동시에 터지고 질문이 이어지며 수많은 눈초리를 받으면 누구든 압도되기 십상이다. 더 좋은 사진을 찍겠다며 기자들끼리 주고 받는 큰 소리가 마치 자신을 향한 질타처럼 들려 정신이 멍해지고 심하면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는 게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 죄가 확정되지 않은 인물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있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촬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포토라인에 서는 피의자를 공적 인물로 제한한 것은 두 논리의 절충이다. 출두 인사가 촬영이나 질문에 응하지 않은 채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 하거나 수행원들이 카메라를 가리면 포토라인이 붕괴되기도 한다. 최순실씨가 지난해 10월 검찰에 출두했을 때는 시위대가 등장해 구호를 외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기자들까지 뒤엉켜 포토라인이 무너져 아수라장이 됐다.

▦ 박 전 대통령의 출석을 앞둔 서울중앙지검에는 긴장이 흐르고 있다고 한다. 통상적인 삼각형과 그 근처의 포토라인 외에 빨간색과 파란색 포토라인이 추가로 설치됐다. 중앙지검은 이날 다른 사건의 피의자나 참고인은 부르지 않고 박 전 대통령 조사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포토라인이 섰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면목이 없다”고 했다. 탄핵까지 됐는데도 잘못을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서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박광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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