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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R&D 혁신의 단서, 융합과 협업 넘어 C&D로

입력
2016.1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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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삼성전자, 세계 최대의 SNS와 유력 스마트폰 제조사. 언뜻 보아서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회사의 협업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올해 초 스페인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언팩행사 때 일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크버그는 이 행사에 깜짝 등장해 VR(가상현실) 산업전망을 발표하고 “기어VR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과 페이스북의 소프트웨어 기술의 결합”이라고 역설하며 두 회사의 공조체제를 과시했다. 비슷한 시기, 세계 2위 자동차회사인 도요타는 자율주행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자해 ‘도요타 커넥티드’를 출범시켰다. 그런가 하면 구글의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자율주행기술과 로봇기술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야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 간의 합종연횡 열풍이 거세다. C&D(Connect & Developmentㆍ연결개발)로도 일컬어지는 개방형 혁신전략은 자체적인 연구개발 일변도에서 탈피해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회사의 제품개발로 연결시키는 전략이다. 이는 저성장 시대에 실패위험을 줄이고,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어 ‘검소한 혁신(Frugal Innovation)’으로도 불린다. 검소한 혁신을 낳는 C&D의 필요성은 정부 R&D(연구개발)도 예외가 아니다. 복지수요 증대, 잠재성장률 둔화로 과거와 같은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C&D를 정부 R&D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내년부터 도입하는 ‘부처 매칭형 R&D’와 ‘AI(인공지능)-로봇 융합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정부 R&D에서도 부처간 협업 노력이 있었으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편성ㆍ집행ㆍ결산의 전 과정이 개별부처의 권한과 책임에 기반을 두고 설계되어 있어 한계가 있었다. 부처 간 협업을 제도가 못 따라간 셈이다.

‘부처매칭형 R&D’는 여러 부처가 매칭펀드 형식으로 예산을 분담하는 새로운 협업모델이다. 참여한 부처는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책임지며 성과도 공동으로 관리한다. 내년부터 추진하는 ‘국민안전 무인기 사업’을 예로 들면, 미래부와 산업부는 공급부처로서 무인기의 원천기술과 실용화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안전처와 경찰청은 수요부처로서 재난과 치안에 특화된 무인기 활용기술을 개발하는 식이다.‘부처매칭형 R&D’는 수요와 공급 사이의 협업뿐만 아니라 기술과 제도, 기술개발 단계별 협업 등 다양한 협업유형을 담을 수 있다. 정부 R&D에서 차지하는 비중(2017년 5.2%, 약 1조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AI-로봇 융합프로그램’은 보다 구체적인 기술분야 간 협업모델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로봇은 AI를 담는 그릇으로 여길 만큼 상호융합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투자도 미흡할뿐더러 소프트웨어 중심의 AI와 하드웨어 연구자가 따로 연구하고 성과도 연계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AI를 총괄하는 미래부와 로봇을 총괄하는 산업부의 칸막이를 없애고, AI-로봇 융합프로그램을 신설했다. AI-로봇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양 부처가 사업을 공동기획하고 관리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협업프로그램은 향후 바이오, 무인이동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른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C&D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부처 간 협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민간, 기술과 산업의 융합과 협업을 촉발시키는 후속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전문가, 현장 연구자 간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오는 10일 판교에서 열리는 ‘국가연구개발 신 투자모델 토론회’는 이러한 소통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정부 R&D의 ‘검소한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투자모델이 도출되기를 기대해본다.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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