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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유쾌하면서도 오만했던 '어벤져스' 방한

입력
2015.04.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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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내한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조스 웨던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현,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내한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조스 웨던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현,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뉴시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2박3일 일정을 마치고 18일 서울을 떠났습니다.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벌써 대륙의 영화팬들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번스, 조스 웨던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온 진객답게 한국에서 여러 화제를 뿌렸습니다.

첫 방한한 러팔로는 16일 오후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영화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한국팬들과 만났습니다. 불고기를 먹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한국팬들과 비공식적으로 첫 인사를 나눴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7일 아침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퉁퉁 부은 얼굴로 운동하는 ‘셀카’를 찍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전 여의도동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도 유쾌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다우니 주니어는 “3D프린터로 만든 왁스인형이 돼 막 녹아 내릴 것 같다” “쇼핑할 게 너무 많으니 빨리 진행해달라”는 등 시종 유머로 질문에 응했습니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와 수현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내한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와 수현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내한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늦은 오후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팬들과 만났을 때는 스타의 매너를 한껏 보여줬습니다. 100m 길이 레드카펫 주변에 늘어선 영화팬들과 30분 가량 악수하고 그들에게 싸인을 해주었습니다. ‘매너가 스타를 만든다’는 말이 어울릴 만한 행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방한 행사였습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행사 진행이었다는 생각입니다.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은 30분 가량의 ‘어벤져스2’ 하이라이트 영상을 관람했습니다. 배우와 감독을 만나기 전 질문 등을 준비하라며 ‘맛보기’로 ‘어벤져스2’를 보여준 것이지요.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 기자회견을 앞두고 해당 영화의 짧은 영상을 보는 경우는 흔합니다. 영화가 완성되지 않았을 때 취재 편의를 위해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벤져스2’는 이미 지난 13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계 첫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유명 영화배우 등 명사들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이 온전한 ‘어벤져스2’를 만났습니다. 미국에서는 언론에 완성된 영화를 보여주고 한국에는 본편의 4분의 1도 안 되는 영상을 공개한 것입니다. 궁금했습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완성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제대로 된 질의응답이 이뤄질 수 있는데 굳이 맛보기 영상을 보여준 이유가 뭔가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답은 이랬습니다.

“22일이 돼야 ‘어벤져스2’에 대한 리뷰 기사를 공개할 수 있다. 전세계 기자들에게 보도제한(엠바고)이 적용된다. 미국 본사(‘어벤져스2’의 배급사인 월트디즈니) 방침이다. 미국 시사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엠바고 요청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사가 믿는 사람들이다. 한국 언론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본사가 판단해 기자회견을 앞두고 하이라이트 영상만 보여주게 됐다.”(‘어벤져스2’의 국내 언론시사회는 21일 오후에 열립니다. 22일 엠바고에 맞춘 시사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국내 언론은 엠바고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자회견 전 온전한 영화를 못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기레기’(쓰레기와 기자의 합성어)라고 조롱 받는 국내 언론의 현실을 반성해야 할까요. 그렇더라도 영화사의 방침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편의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배우 마크 러팔로(왼쪽부터),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현, 조스 웨던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마크 러팔로(왼쪽부터),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현, 조스 웨던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벤져스2’는 2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합니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5월1일 극장가에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입니다. 한국 극장가에서 빨리 개봉할수록 더 많은 흥행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일대에서 16일 동안 촬영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이니 이런 공격적인 개봉 전략을 세울 만도 합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사회자는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하이라이트 영상에 대한 리뷰는 쓰셔도 됩니다… 영화를 많이 알려주세요." 30분 동안 감상한 ‘어벤져스2’의 영상은 화려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부 장면만으로 영화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영화를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짧은 영상만 보여준 뒤 리뷰를 부탁하는 행사 진행은 논리적으로도. 예의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가져갈 이익은 극대화하겠다는 ‘영업방식’에 할리우드의 오만함이 배어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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