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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는 성역이 아니다

입력
2018.05.28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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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판은 정치불신으로 이어지고, 정치폄훼는 세상을 바꾸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기득권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인식에서 과도한 정치혐오와 비판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몰염치와 극단적 패거리주의는 국민적 심판 대상이 될 때가 됐다.

국회는 지난 21일 자유한국당 홍문종ㆍ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대통령 개헌안을 무산시켰다.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 제출 후 45일 만이고, 개헌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에게 추경이니, 개헌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때만 의미가 있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는 비겁한 의원들을 비호하는 국회의원들은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극한적 대립을 일상화하면서 이해를 공유하는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염치도 없다. 국회에게 특권과 성역을 허락할 수 없는 이유다.

정치개혁은 대선과 총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의 필수공약이다. 그러나 용어의 추상성과 모호성 때문에 대중들에게 절실하게 와 닿지 않는다. 경제, 보건, 노동, 복지 등 시급한 의제에 비해 당장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주목도가 떨어진다. 정치개혁은 행정부, 국회, 정당 등의 운용 원리와 구조 혁파를 의미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이 중 국회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회에서 여야 협치를 제도적으로 가능케 하는 선거ㆍ정당 제도 등의 개혁은 권력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의 개선 못지않게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의 정당이기주의부터 혁파돼야 한다.

지난 1년여 동안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와 구조적 부패 등에 대한 수사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현대사의 구조적 부패와 부조리에 대한 개혁 논의에 비해 국회 운영과 국회의원의 의사결정 구조, 특권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체돼 왔다. 국회개혁 논의는 항상 진부하고 상투적 수준을 넘지 못하며, 정치개혁 어젠다는 정치 엘리트들의 극단적 이기주의의 실체를 고발하지 못한다. 국회 제도개혁 논의가 전문가 그룹과 국회의원들에게 맡겨져서는 안되는 이유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에 설치됐으나 더 이상 이런 형식적 기구에 국회개혁을 맡길 수 없다. 국회 운영 개선과 제도 개혁을 위한 숱한 기구들이 있었으나 성과는 지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탄핵은 헌법에 따른 절차적 민주주의의 과정이었으나 주권자의 압력과 주권행사로 가능했다. 각종 사회경제적 의제가 시민적 토론과 개혁대상으로서 주목을 받지만 국회는 개혁의 무풍지대였고, 성역이었다.

개혁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지 않으면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 스스로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제도를 만들지 않는 대의제의 역설은 개혁의 걸림돌이다.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렸듯이 시민이 주권자로서 국민 대표라는 허울에 안주하는 국회에 직접 압력을 행사할 때가 됐다. 학자나 전문가들이 국회개혁위원회 등을 구성해도 국회의원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 한계는 뚜렷하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구속전 영장심사 조차 원천적으로 막는 독소 조항이다. 법치민주주의가 공고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검찰권력을 동원해 입법부에 재갈을 물리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비리와 부정청탁 혐의 의원을 특권의 우산 아래 비호하는 행위가 어떻게 입법활동 보장이고 국회 권능 강화인가. 국민 대의기구를 보호하고 국회 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불체포특권은 명분이 없다. 국회에게 불체포특권은 반민주적이고 시대를 거스르는, 분수에 맞지 않는 과분한 보호막일 뿐이다. 시민사회의 갈등과 균열을 반영ㆍ조율 하지 못하면서 정파적 이해와 선거지상주의의 포로가 돼있는 국회는 특권을 누릴 자격이 없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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