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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인지능력 없는 노인 10년간 무노동 시킨 갑질자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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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인지능력 없는 노인 10년간 무노동 시킨 갑질자 입건

입력
2016.10.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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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후보에다가 전직 도의원 출신

암투병에 환자에 축사관리, 농사일 등 맡기고

기초연금까지 가로채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때 모 유력 정당 전남 곡성군수 후보까지 지내고 전직 전남도의원에다가 축협조합장까지 지낸 지역사회지도층이 자신의 축사와 농장에서 지적장애인으로 의심되는 60대 노인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10년간 임금도 주지 않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더욱이 이 노인은 경찰에 발견될 때까지 암투병 중에서도 비를 맞으며 농장 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27일 인지능력이 부족한 A(67)씨에게 10년간 축사와 농장 일을 시키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정부가 지급한 기초연금까지 가로챈 B(67)씨에게 준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역 유명인사였던 B씨는 2006년 전북 순창에서 지인의 소개를 받고 데려온 A씨에게 지난 5월까지 곡성과 장성 등 자신의 농장 2곳에서 축사와 농장물재배 등의 일을 시키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B씨는 피해자가 지난해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연금 수령 대상자가 되자 A씨 통장을 관리하며 연금 210여만원을 가로채고, 암 치료비 명목으로 A씨 명의의 논 판매대금 35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A씨에게 10년간 1억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A씨는 벽지에 곰팡이가 가득한 농장 내 낡은 숙소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하나를 두고 라면 등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이 홀로 비를 맞으며 밭일을 하던 A씨를 발견하고 악행적인 갑질논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혀졌다. A씨는 당시 식도암과 폐렴으로 호흡에 어려움을 겪어 휴대용 산소 공급기를 지니고 있었고 몸도 많이 마른 상태였다.

경찰에서 장애 진단은 받지 않았으나 이름 석자를 겨우 쓰고 숫자 계산 등을 전혀 할 줄 몰랐던 A씨는“돈을 달라고 하면 나중에 준대서 오씨가 적금을 들어주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B씨는 조사에서“명절에 50만원도 주고 식사도 제때 주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현재 A씨는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협의해 전북 순창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27년 전 이혼으로 헤어진 아들 2명을 찾아줬다.

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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