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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새단장… 세운상가 날개를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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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새단장… 세운상가 날개를 펴다

입력
2017.09.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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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반 재생 사업 1단계 마무리

대림상가 잇는 58m 보행교 개통

공모 통해 17개 스타트업 입주

4차산업 중심지로 도약 부푼 꿈

세입자 “임대료 인상 자제해야”

서울시 재생 사업으로 정비된 세운상가 3층의 보행 공간. 시는 세운상가를 보행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서울시 재생 사업으로 정비된 세운상가 3층의 보행 공간. 시는 세운상가를 보행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가 지어진 지 50년 만에 4차 산업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재생 사업으로,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 주변의 접근성을 높이고 유망 스타트업을 입주시켜 세운의 기술 장인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유동인구가 늘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지만, 임대료 상승에 따른 부작용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는 3년 6개월에 걸친 세운상가 재생 사업인 ‘다시ㆍ세운 프로젝트’ 1단계를 마무리하고 19일 시민 개장 행사를 연다.

세운상가는 1967년 건축가 김수근이 만든 국내 최초 주상복합타운이다. 1970년대는 집값 비싼 고급 아파트로, 이후에는 전기ㆍ전자 제품과 기술이 모이는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당시에는 ‘세상의 기운이 다 모인다’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지만 강남 지역이 개발되면서 주거지 이동과 상권의 쇠퇴로 30년 간 내리막 길을 걸어 왔다.

세운상가를 되살리겠다는 시의 사업 방향은 크게 ‘보행 재생’과 ‘산업 재생’이다. 우선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잇는 58m 길이의 다리, ‘다시세운보행교’를 개통했다. 청계천 복원을 할 때 철거됐던 다리다. 또 세운상가와 대림상가의 양 쪽엔 각 500m 길이, 건물 3층 높이의 보행 공간이 새로 생겼다. 보행 공간 한 쪽에는 큐브라 불리는 공간을 만들어 스타트업이 기술 장인들과 협업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마련했다. 현재 세운상가엔 공모를 통해 입주한 17개 스타트업이 일하고 있다. 지능형 반려로봇을 만드는 ‘㈜서큘러스’, 장애인을 위한 저비용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만드로 주식회사’가 대표적 입주 기업이다.

이창구 시 다시세운사업팀장은 “’어떤 아이디어든지 세운을 1시간만 돌면 이를 실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나아가 세운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운상가는 외관이 정비되면서 당장 활기가 돌고 있다. 강맹훈 시 재생정책기획관은 “대림상가에 보행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상가 공실률이 60%에서 20%로 줄었다”고 말했다.

대림상가에서 35년 간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모아밥상’의 사장 창기순(64)씨는 얼마 전 식당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 창씨는 “길이 생기기 전까지는 난간 바로 앞에 있는 끝 집이라 사람 구경을 통 못했다”며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장사가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세입자들은 상권 활성화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재생 사업을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로 40년째 대림상가에서 고무패킹 판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우리 제품은 사람들이 지나가다 사가는 상품이 아니다”며 “실제로 매출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1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세운상가의 임대인들과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상생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데다 최근 상가를 매입한 임대인들과 부동산업자들을 중심으로 임대료 인상 움직임이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세운상가 1층에서 냉ㆍ난방기를 파는 정광길(64)씨는 “서울시가 상가를 수리하고 주변이 좋아지다 보니 기대감에 30~40%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주인들이 내 주변에도 많다”며 “협약은 말뿐이고 나도 월세를 50만원 올려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현재 세운상가에 입점한 업체는 430여개로, 이중 80%가 세입자로 파악된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3층 보행 공간 쪽은 카페나 음식점이 들어서 기존 세운상가만의 정체성을 흐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4차 산업의 요람이라는 세운상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업체 총량의 50%, 면적의 50%까지만 식음료 업종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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