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 녹취록 파동’에 대해 당내에선 “친박계의 오만이 결국 사고를 쳤다”는 시각이 많다.
친박계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듯한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여권에선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물밑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공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공천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엔 친박 실세 의원이 지난달 초 서울 강남에서 서울지역 ‘진박’ 출마자들과 함께 한 전진대회 성격의 식사 회동에서 “향후 국정운영에 절대 참여시켜선 안 될 (낙천 대상) 사람, 함께 할 (공천 대상) 사람을 이미 다 선별해놨다”고 말했다는 설이 퍼졌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원내대표 자리에서 ‘찍어 낸’ 유승민 의원과 그의 측근인 이종훈 의원을 언급하며 “반드시 죽인다”는 얘기를 했다는 말도 돌았다.
총선을 겨냥한 친박계의 ‘진박 마케팅’도 ‘우리가 바로 주류’라는 교만이 부른 부작용이었다. 최경환 의원은 내각에서 복귀하자마자 대구ㆍ경북(TK)에 출사표를 던진 진박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돌며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지만, 돌아온 건 민심의 역풍이었다.
홍문종 의원이 지난해 11월 방송에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하며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론’을 제기했을 때는 친박계에서조차 우려가 컸다. 차기 권력구도까지 자신들의 구상대로 판을 짜려는 친박계가 그 의도를 들켰다는 말도 나왔다. 친박계 의원들까지 홍 의원의 발언을 두고 “오발탄 중의 오발탄”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더구나 당시는 현 정부가 막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이라 박 대통령도 노여움을 표시했다고 알려졌다.
윤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 정무특보로 활동할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대 대선과 관련해 ‘김무성 불가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 그는 당시 “당 지지율이 40%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대라 아쉽다”며 “야권은 단일 후보를 낼 것이고 그러면 현 상태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권 대선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당 대표도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친박계의 위세가 대단하다는 평이 나왔다.
이 와중에 터진 윤 의원의 ‘막말 파동’은 그 정점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전평이다. 특히 김 대표를 거론하며 “솎아내서 공천 떨어뜨리라”는 윤 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비박계는 “금도를 넘었다”며 부글부글 끓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의 심기만 살필 뿐 국민의 심기는 안중에도 없는 친박계의 오만함이 만든 완장정치”라고 촌평했다. 김 교수는 “새누리당이 ‘읍참상현’한다는 심정으로 이번 파문의 책임을 엄히 따지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여론의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